패소한 관리업체·50% 승소한 입대의 쌍방 항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파트 전기요금 계약방식. ‘종합계약’과 ‘단일계약’중 보다 유리한 방식을 아파트 단지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한국전력공사의 ‘아파트 전기요금 체계’가 그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단일계약 방식으로 한전과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주민들에게는 종합계약 방식으로 요금을 부과해 논란이 지속적으로 야기됐는데 이 부분은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사법부의 판단으로 어느 정도 일단락됐지만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의 잡음은 여전하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1,000가구가 넘는 대구의 A아파트를 위탁관리했던 B사가 이원화된 전기료 계약방식으로 인해 약 1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입대의에 지급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종합계약 보다 유리한 단일계약으로의 변경을 입주자대표회의에 적극적으로 제안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인데 이는 A아파트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지방법원 민사11부(재판장 서경희 부장판사)는 A아파트 입대의가 지난 2008년 5월 말경부터 2014년 5월 말경까지 6년간 A아파트를 위탁관리해왔던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사는 A아파트 입대의에 약 1억원을 지급하라’며 입대의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A아파트는 2010년 10월 말경 종전 중앙집중 난방방식을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공사를 완료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이 아파트에는 기존 종합계약 보다 단일계약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게 됐다. 그런데 A아파트는 2013년 12월경 관할구청이 실시한 공동주택 특별감사 결과 전기요금 계약방식에 대한 개선명령을 받고서야 단일계약으로 변경했다.
이를 두고 A아파트 입대의는 개별난방 공사를 완료한 이후인 2010년 12월분부터 2013년 11월분 사이에 종합계약 방법을 유지해 단일계약 방법을 적용받는 것보다 약 1억9,000만원의 요금을 한전에 더 납부했다며 B사에 그 책임을 물었다.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는 ‘관리주체는 종합계약아파트 또는 단일계약아파트 중 입주자 등에게 유리한 납부방식을 선택해 한국전력공사와 계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사건번호 96다22365 1997. 11. 28.)를 인용 “아파트 관리회사가 아파트를 관리함에 있어 공동설비 부분에 대한 전기요금 산정 방식이 변경돼 입주자가 다시 선택할 여지가 있음을 알게 됐으면 비록 전기요금 산정 방식의 선택에 관한 최종 결정은 아파트 입대의가 책임질 사항이더라도,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 검토해 그 내용을 입대의에 알려주는 등 입대의로 하여금 공동설비 부분에 대한 전기요금 산정 방식의 변경 여부에 관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특히 “아파트 관리업을 전문으로 하는 B사로서는 종합계약과 단일계약의 차이로 인해 이 아파트에 개별난방 공사가 완료된 이후에는 단일계약으로 변경할 경우 요금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B사는 개별난방 공사를 전후로 각 전력공급계약 방법에 따른 요금을 분석하고 입주자들에게 유리한 방법을 입대의에 보고해 입주자들이 계약방법 변경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입대의의 변경 의결이 있으면 입주자를 대리해 한전과 단일계약으로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등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비록 2011년 8월경, 9월경, 10월경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입대의 회의록에 전력공급계약 방법 변경과 관련한 자료가 첨부돼 있더라도 전력공급계약 방법 변경은 입대의에게 평균적으로 연간 6,000만원 이상의 요금절감 효과를 가져다 줄만큼 아주 중요한 안건임에도 B사는 이를 주요 안건이 아닌 기타 제반 업무토의 건으로 분류했고, 회의록에도 재심의하기로 했다고만 기재돼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심의가 이뤄졌는지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이에 덧붙여 추후 재심의키로 했음에도 재심의가 이뤄지도록 주의의무를 기울이지 않은 책임도 B사에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B사 측은 “전력공급계약 방법 변경 안건을 상정한 2011년 8월경 이전에는 회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 신청되는 등 입대의의 비정상적인 운영으로 해당 안건을 상정한다고 하더라도 입대의가 이를 검토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입대의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해 B사와의 협조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입대의의 내부사정이 있더라도 이는 손해배상액 산정 시 참작사유는 될 수 있을지언정 B사의 주의의무 위반을 부인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로써 재판부는 ▲단일계약 방법이 아파트 전체의 이익에 큰 도움이 되지만 약 20%의 가구가 종전보다 요금을 더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일부 입주민에 대한 이해요청과 설득이 필요했고, 입대의의 내부 분쟁으로 인해 관리업무에 대한 입대의의 성실한 협조가 힘든 상황이었던 점 ▲B사가 세 차례에 걸쳐 주요 안건이 아닌 기타 제반 업무토의 건으로 전기공급계약 관련 상황을 입대의에 전하려 했으나 입대의 내부 갈등으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 ▲위탁관리수수료가 ㎡당 22원에 불과해 B사가 입대의에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액에 비해 용역대가가 크지 않는 점 등을 고려, B사의 배상금액을 전체 손해액의 50%로 제한했다.
한편 이 같은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3년 6월경 대법원의 판례(사건번호 2013다12846)가 나온 바 있기에 B사와 입대의 쌍방이 판결에 불복해 지난 18일 항소를 제기했지만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원심의 판결취지와 다르게 뒤집힐지 여부도 미지수다. <관련기사 제841호 2013년 7월 10일자 게재>
더욱이 최근 한전이 종합계약과 단일계약방식 중 유리한 계약방식을 선택하라고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집중 홍보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아직까지 유리한 전기요금 계약방식을 검토하지 않은 공동주택 관리현장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전체 사용량 대비 공동설비사용량 비중(약 25%)을 고려해 유리한 전기계약방식에 대한 검토 및 제안을 통해 B사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