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뉴스1. 지난달 16일 치러진 주택관리사보 1차 시험에 총 1만9,922명이 접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만9,282명에 비해 640명(3.31%) 증가한 수치다.
뉴스2. 우리나라 청년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준생 65만2,000명 중 25만6,000명이 공시생인데 일반 기업 구직자보다 2배 많은 숫자다.
뉴스3.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440원 오른 6,470원으로 결정됐다. 인상 폭은 7.3%. 주 40시간 근무 시 월 급여는 135만원. 이번 인상안 역시 날선 대립 끝에 ‘예년처럼’ 공익위원들이 결정한 것으로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위 뉴스는 모두 최근에 보도된 것들이다. 그런데 왠지 새롭지 않다. 이들은 모두 별개의 사안일까?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은 올해도 치열하다. 노동계에선 강력하게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했으며, 경영계는 대내외 환경악화를 들어 ‘동결’을 주장했다.
노동계의 기대는 컸다. 지난 총선 때 다수의 후보들이 ‘1만원’을 내세웠고, 정부 유력인사도 “소비진작을 위해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폈기 때문이다.
대기업 모임인 전경련과 사용자를 대변하는 경총이 늘 내세우는 논리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소상공인의 대부분은 자영업자들인데 한 집 걸러 치킨집, 두 집 걸러 커피가게인 기형적 경제구조 속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타격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동결한다고 해도 자영업자들의 삶이 나아질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게 진짜 문제다.
대기업의 빵집 밥집 등 골목상권 침해문제는 이미 오래전 얘기다. 온갖 고생해서 번듯한 가게를 만들고, 여러 자영업자들이 힘을 모아 훌륭한 상권을 이룩해 놓으면 곧바로 임대료를 폭풍 인상시켜 몰아낸 다음,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점령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전경련과 경총의 논리는 얼마나 치졸한가. 고양이가 쥐 생각해 주는 꼴이다.
우리보다 먼저 경제위기를 겪은 일본이나 미국의 여러 주에서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거나 인상될 예정에 있다. 사용자가 자비로워서가 아니다. 밑바닥에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대폭인상이 소비증가와 경제성장에 기여했다는 조사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아빠 엄마가 아이들 손잡고 한 달에 한 번은 밖에 나가 돼지갈비라도 뜯어줘야 자영업이 살 수 있다. 가끔은 치킨도 배달시키고, 청년창업 커피숍의 저렴한 아메리카노 한 잔 들고 다닐 수 있어야 동네상권이 빛난다. 그러기 위해선 서민들의 임금이 올라야 한다.
공동주택에서도 최저임금은 매우 중요하다. 경비원 미화원 기사 경리 등 상당수의 종사자들 급여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입주민들도 ‘남의 월급이 오르면 내 월급도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대승적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외식은 꿈도 못 꾸는 월 최저임금 135만원. 높은 급여를 주는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온갖 고생해가며 엄청난 ‘스펙’을 쌓고 취직해봤자 몇 년 버티지 못하고 쫓겨나는 살벌한 현실. 비정규직으로 내몰려 해고가 일상이 된 주변 사람들. 이 모든 게 ‘공무원시험열풍’의 주범이다.
공무원이 똑똑한 실력파로 채워지는 건 나쁠 게 없지만 경제나 과학분야에서 더욱 창의적이고 커다란 업적을 거둬야 할 인재들이 공무원시험에만 매달리는 건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주택관리사보 시험에 많은 중장년층이 몰리는 것도 팍팍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 주택관리사는 정년이 없고 능력만 있으면 좋은 관리자로 오랫동안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긴 하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시험에 합격하고도 취업할 곳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매년 지어지는 아파트 단지는 수백 곳에 불과한데, 매년 배출되는 주택관리사 자격자가 수천 명이라면 커다란 사회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비정규직은 갈수록 늘고 월급은 짜니, 청년은 공무원에 매달리고 중장년은 주택관리사에 몰리는 현실.
대한민국은 참 각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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