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화재로 80세 할머니 사망 ‘업무상과실치사’ 인정


 

법원, ‘안전 불감증’이 가져온 참혹한 결과
열악한 근무환경 고려하더라도 ‘금고 10월’ 

실제 화재가 발생해 화재경보기가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오작동으로 오인, 화재 발생 여부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80세 홀몸노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아파트 경비원 A(61)씨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금고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 1일 밤 11시 56분경 서울 관악구의 한 재개발임대아파트에서는 화재경보기가 울려 퍼졌고 약 8분 후 이 아파트 10층에 거주하는 입주민이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위층에서 ‘불이야, 불이야’라는 소리가 들리니 가보라”고 경비원 A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로부터 3분 후 해당 동 11층과 12층 복도에 설치된 화재감지기만 확인한 A씨는 화재가 발생한 가구 내부는 확인하지 않은 채 오작동으로 속단하고 소음으로 인한 입주민들의 민원을 우려, 관리사무소의 주경종과 해당 층의 지구경종(소방벨) 작동을 차단해버렸다. 결국 오전 10시 50분경, 11층에 홀로 거주했던 80세 할머니는 연락이 닿지 않아 아파트를 방문한 손녀에 의해 발견됐는데 한밤중 화재로 이미 사망에 이른 뒤였다.
이 사건을 접수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4월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수렴을 거쳐 경비원 A씨를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그 결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7단독(판사 박사랑)은 지난달 22일 경비원 A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해 금고 10월의 형을 선고한다고 주문했다. 
법원은 “경비원 A씨는 화재수신기가 작동하고 입주민으로부터 바로 위층에 화재가 의심된다는 전화를 받게 됐으면 11층 복도에 설치된 화재감지기는 물론 각 가구에 설치된 화재감지기가 작동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특히 해당 가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직접 확인해보고 화재감지기가 다시 작동할 것에 대비해 화재경보기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관리하고 화재발생이 확인되면 화재방송, 소방서 신고, 초기 진화 조치 등을 수행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비원 A씨는 심야에 소방벨 작동으로 인한 소음 민원 발생만을 우려해 화재 발생 여부 및 화재감지기 작동 위치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리사무소에 설치된 화재수신기의 주경종 정지버튼과 지구경종 정지 버튼을 눌러 화재경보 기능을 정지시키고 11, 12층 복도에 설치된 화재감지기가 작동하는지만 확인한 채 각 가구 내부에 설치된 화재감지기의 작동 여부, 화재 발생 여부를 점검하지 않은 업무상과실로 입주민이 화재사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화재감지기가 작동할 경우 빨간색 LED불이 켜지는데 당시 11층 복도에 있던 화재감지기에서 LED불이 켜지지 않았으므로 가구 내부의 화재감지기가 작동한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A씨는 별다른 화재발생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자 화재감지기 오작동으로 생각하고 관리사무소로 돌아왔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특히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여전한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약 24개월 동안 이 아파트 단지의 화재감지기 오작동 사례가 28회 있었고, 사건 발생 당시 냄새, 연기 등 뚜렷한 화재 발생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화재 발생 시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할 원칙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결과는 참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록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기 어려웠던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경비원 A씨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입주민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를 발생하게 했다”며 금고 10월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한편 재개발임대아파트인 이 아파트의 경우 SH공사의 소유로 관리사무소장은 SH공사 소속이나 관리사무소 직원은 용역업체 갑(甲) 소속, 경비원은 용역업체 을(乙)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