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용칼럼

 

류 기 용 명예회장

서울특별시는 지난 10일, 올 하반기부터 비리·갈등 등이 잦은 민간아파트 2곳 정도에 SH공사 등 공공이 검증한 관리사무소장을 파견하는 ‘공공 위탁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선행조건은 대상 아파트 입주민 절반 이상이 찬성하고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하며 기존 관리업체와의 계약 기간 종료 등이다. 선출직인 입대의 감사직에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외부 전문가도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또 입대의 회장·감사 등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과 함께 ‘온라인 투표’도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그리고 아파트 공사·용역 등이 담합 없이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를 노원구와 양천구에서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관리정책의 정부 주무부서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을 건설·공급 위주에서 사후관리를 중시하는 선진형으로 전환해 관리의 공익화·전문화·공공화를 천명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이를 환영하며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사실 서울시의 ‘공동주택 관리 선진화’ 정책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지난 2009년, 서울시는 ‘아파트 공공적 성격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아파트는 ‘사적재산’을 넘어 ‘공적재산’이고 집은 소유가 아닌 주거 목적이어야 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개인의 재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역의 문화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기능 외에도 당해 지역 재산세의 재원이 되는 ‘지역의 사회재산’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적 영역’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히 “아파트뿐만 아니라 도시의 건축물들은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조정·수용하는 ‘공적 공간’이며 ‘미래세대에 계승되는 문화유산’ 즉 ‘사회 공공재’이므로 ‘미래에 대비하는 지속 가능한 건축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 맥락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관리 업무는 당연히 ‘공익 실현을 위한 공공 업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순리에 따라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되면 그 피해는 현재 입주자뿐 아니라 미래에 거주하게 될 다수의 잠정적 거주자에게까지도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여 관리업무는 ‘소유권’의 상대성은 인정하되 ‘관리권’을 강화하는 ‘공공 서비스’(Public Service)로 전환하고 정부나 지자체는 ‘공적 지원’ 및 ‘공적 개입’을 보다 확대·강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감사원은 ‘아파트 관리비 부과 및 징수실태’ 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관리비 적정 여부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감독 행위, 소음, 주차문제 등 입주민 간 분쟁해결을 위한 중재역할, 효율적인 주택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 등은 ‘사적 영역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선진화된 행정서비스’라 할 수 있다”며 관리의 공익·공공성을 역설했다. ‘공공 관리자’라는 말이 처음 나온 것도 바로 그 무렵이다. 2009년 1월, 이른바 ‘용산참사’가 불거지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한 공공의 역할이 대두되자 시는 7월 1일, ‘공공 관리자 제도’를 전격 선언했고 당시 성수지역이 첫 시범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성동구청장이 ‘제1호 공공 관리자’가 됐다. ‘공공 소장’이나 ‘공공 위탁제’는 결코 일시적이거나 즉흥적인 발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쨌든 이번 서울시의 조치는 지난 십수년 동안 ‘관리 선진화’니 ‘정겹고 따뜻하며 살기 좋은 아파트’니 하면서 변죽만 울리다 만 주무관청과는 여러 가지로 대비가 되면서 귀감이 되고 있다. 다만 ‘SH공사 등 공공이 검증한 관리사무소장’이라는 문맥에서 ‘SH공사·법정법인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이 검증한 주택관리사’라고 명기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번 서울시가 제시한 ‘공공 관리사무소장’ ‘공공 위탁제’가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어떤 큰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향후 관리정책이나 제도에 미칠 영향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관리 정책의 주무관청인 국토부는 이번 서울시의 정책을 적극 수용해 관리 정책의 기조는 물론이고 전반적인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중앙 정부가 됐든 지방자치단체가 됐든 좋은 정책은 서로 돕고 힘을 모아 추진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절히 바라건대 제발 미래 우리나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관리 정책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을 위해, 국민만 바라보고 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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