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20~30대 젊은이가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취직을 하지 않거나 취직을 해도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젊은이들이 점차 증가추세에 있다. 이들은 흔히 캥거루족이라 불린다. 본래 캥거루족은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지 않고 부모에게 빌붙어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아가며 사는 젊은이들을 가리킨다.
캥거루족은 한국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 캥거루족이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캥거루족을 키퍼스(kippers)라 부른다. 부모의 퇴직연금을 축내는 자식을 의미하고, 독일에서는 집에 눌러 앉아 있는 젊은이를 가리키는 네스트호커(Nesthocker), 일본에서는 돈이 급할 때만 임시로 취업할 뿐 정식 직장을 구하지 않는 프리터(freeter) 등으로 부른다. 프리터는 자유(free)와 아르바이트(arbeit)의 합성어다.
요즘 한국의 캥거루족들은 결혼 후에도 주거비용, 육아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부모와 함께 사는 세대로서 과거 대가족제도와 구별된다. 이들 캥거루족은 양부모 혹은 한부모와 함께 사는 2세대 가구 혹은 부부와 미혼자녀 그리고 양부모 혹은 한부모와 함께 사는 3세대 가구를 포함하는 확대가족을 총칭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세대 가구 중 25세 이상 미혼자녀가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1985년 9.1%에서 2010년 26.4%로 약 3배 증가했다. 또 부모와 동거하는 기혼자녀 부부는 최근 5년 새 4배 늘었다. 
캥거루족의 수가 증가하는 이면에는 사회 구조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한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을 졸업한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청년 실업률은 2016년 9월 기준 9.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학까지 교육을 받아도 노동시장이 위축돼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는 너무 힘든 상황이라 청년들이 방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졸 무직자들은 어쩔 수 없이 부모와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캥거루족이 부모와 함께 거주하면서 겪는 갈등과 불편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기혼 캥거루족의 경우 부모와의 동거는 자녀 돌봄, 집안일, 세대 간 생각 차이 등 다양한 갈등의 요소를 담고 있다. 이들 기혼 캥거루족과 동거 부모님 모두를 위한 주거시설 및 육아환경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정책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고령화 사회, 저성장 시대에 이러한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주택 및 사회정책 개발과 동시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갈등과 문제점을 개개인이 스스로 개선시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의 해결 방안 제시가 요구된다.
실현가능한 대안으로, 첫째 세대통합형 주택의 공급확대이다. 최근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베이비부머와 자녀, 손 자녀와의 관계에 따라 3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다양한 공간 활용이 가능한 주택이 필요하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전월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같이 거주하는 세대통합형 주택에 대한 선호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세대통합형 주택이란 부모와 기혼 자녀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복층형 주택 등을 말한다. 이 연구원이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세대통합형 주거형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75.4%로 매우 높았다. 이미 이웃 일본의 경우 3세대 통합형 주택이 공급된 지 오래됐고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세대통합형 주택은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함께 거주함으로써 주택난을 해소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육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아동시설과 노인시설을 결합시킨 ‘아동노인통합 복지시설’ 조성이 요구된다. 이러한 시설은 조부모의 손 자녀 육아환경을 개선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할 것으로 본다. 캥거루족의 증가추세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환경과 경제여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래서 경제적 주거 안정화와 육아 공보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캥거루족 가구를 위한 정책을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세대통합형 주택공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며 아동노인 시설이 연계된 복지시설 확산에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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