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도시의 공간적 영역이 확대될수록 대도시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출퇴근시간을 많이 소비한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출퇴근 시간이 두 번째로 길다. 이로 인해 출퇴근 스트레스로 많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OECD 보고서(2011)에 따르면 한국 평균 출퇴근 시간은 55분으로 꼴찌에서 두 번째다. 최근 한 취업 전문 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 남녀 1,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업무 이외에 가장 피로감을 주는 요인으로 ‘출퇴근(32.3%)’이 1위로 꼽혔다.
출퇴근 시간과 거리가 길어질수록 건강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중앙대병원 교수팀은 출퇴근 거리가 길어질수록 뇌혈관 질환은 물론 우울증과 요통 등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고 밝혔다.
2012년 미국 워싱턴대 의대 크리스틴 호에너 교수팀의 연구에서도 출퇴근 거리가 길수록 신체활동과 심장혈관 적합도가 떨어지고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 대사 위험 등 건강지표가 모두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출퇴근 시간과 건강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직주근접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직주근접이란 통근자가 직장과 거주하는 집이 가까운 것을 말한다. 직주근접요인은 물리적인 것과 시간적인 것이 함께 작용한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워도 통근시간이 길거나,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도 통근시간이 짧을 수 있다. 즉 자동차, 전철 등 교통수단이 발달하면 직주근접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직주근접은 역세권 개발이나 토지이용의 집약도로 개선할 수 있다. 직주근접은 직장인의 통근을 용이하게 하고 여가시간을 활용, 피로도를 경감하게 해 삶의 질을 개선시키게 된다. 직주근접의 반대현상인 직주 불일치 혹은 직주불균형 문제는 현대도시가 직면한 매우 중요한 도시계획 및 관리의 정책과제이자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늘날 대도시 직주근접을 달성하는 보편적 방안으로는 교통수단의 발달과 교통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하철의 건설이다. 세계최초로 영국 런던 지하철 운행이 처음 제안된 것은 1851년, 이후 1884년에는 런던 원형 순환선 ‘서클노선(circle line)’이 완성됐다. 런던 도심 교통수단이 속도와 기동성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 도시에서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자동차는 지속적으로 확대 보급됐다. 이로 인해 대도시 혼잡은 가중됐고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많은 대도시 정부는 시민들을 효율적으로 수송할 수 있는 교통수단인 지하철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직주근접을 실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 하나의 직주근접을 실현하는 방안으로는 직장 주변에 집을 많이 짓거나 반대로 주택이 밀집한 곳에 직장을 이동시키는 방안이다. 도시 역사를 보면 도시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초기에는 일자리는 반드시 주거지 주변에 위치해 걸어서 10~20분 이내의 근린 생활권이 형성됐다. 그러나 도시의 인구가 밀집하고 땅값이 치솟게 되자 도시교외화가 시작됐다. 주택이 먼저 교외지역으로 이동하고 이후 직장이 교외지역으로 이동하는 직장의 교외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으로 많은 대도시는 인구의 교외화에 연이어 직장의 교외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로 인해 도시의 평면적 확산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됐다.
최근 우리나라도 직주근접형을 택하는 주택소비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서울의 경우 강남지역에 비해 주택가격이 저렴한 종로, 서대문, 중구 등을 선호해 이에 힘입어 아파트 분양가격이 치솟고 있다. 그리고 대구시의 경우 평균 622대 1로 2015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힐스테이트 황금동’은 인근 성서산업단지를 배후로 둔 직주근접 단지다.
직주근접을 정책적으로 심도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신규 아파트 분양에 있어 직주근접이 가능한 가구에게(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에서 일정 거리 내에 직장을 둔 사람 등) 분양우선권을 부여하고 나머지 여분의 주택은 일반가구에게 분양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 직주근접을 위한 정책은 단순히 주택 및 교통정책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종합적 도시계획 및 관리시스템의 점검과 변화가 필요하다. 오늘날 도시 통근자들의 고통을 해결하는 한국적 직주근접형 접근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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