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청 “LED등 공산품 아냐, 1건을 교체해도 전기공사업법 위반”
입주민 위한 봉사정신 무색 “사소한 일까지 외부에 맡기란 말인가” 현장 반발

 

앞으로 아파트 관리직원들은 공용부분 LED등을 교체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해오던 모든 공사를 외부 사업자를 선정해 처리해야 할 수도 있다.  
관리비 절감을 위해 LED등을 구입해 외부 용역 없이 관리직원들과 함께 교체한 아파트가 사업자 선정지침 위반(수의계약)으로 과태료 1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관할 지자체는 교체 공사를 목적으로 한 것이기에 LED등을 공산품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공동주택 공용부분의 LED등 교체는 전기공사업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해당 처분은 현재 과태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LED등을 공산품이 아니라고 본 것도 이례적이지만 공동주택 공용부분의 LED등 교체가 전기공사업법 위반인지에 대한 판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동안 아파트 관리직원들이 입주민을 위해 봉사정신으로 수행한 이 같은 업무가 모두 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 부평구의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3년 11월 아파트 공용부분 전등 교체를 논의했다. 당시 A아파트는 지하주차장과 현관 입구에 40W 형광등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장기간 사용으로 경화되고 부스러진 곳이 많았다.
입대의는 한달 후 정기회의에서 등기구 교체를 의결했고 관리사무소는 인터넷으로 15W LED등을 구입(500개, 총액 630만원)한다. 교체는 전기반장과 관리직원 2명, 그리고 동대표가 시간을 내 돕기로 했다. 관리직원들은 이듬해인 2014년 1월 하순부터 2월 중순까지 약 3주 남짓한 기간 등기구 교체에 나섰다.
직원들은 자기 업무를 보는 틈틈이 사다리를 들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등을 교체했다. 당시 교체에 참여한 직원은 “1개당 5분에서 오래 걸리면 10분 정도 걸렸다”고 했다. 기자가 보기에도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 배선을 단자에 물리고 등 커버를 올려서 나사 2개를 조이면 끝났다.
“관리직원으로 관리비 절감에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전기반장은 말했다. 교체업무에 따른 수당이나 보상은 없었지만 “입주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LED등 교체 이후 A아파트의 공동전기요금은 큰 폭으로 줄었다. 최근 3년을 비교했을 때 3월 기준 2012년 331만원, 2013년 377만원이던 공동전기요금이 2014년 255만원으로 감소했다. 4월에도 2012년 303만원, 2013년 353만원이던 요금이 2014년 212만원으로 줄었다. 전기요금 인상분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 비교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표-공동전기요금 비교>
그런데 공사가 마무리된지 3년이 다 돼가던 지난달 19일 인천 부평구청은 당시 A아파트 관리주체였던 B사에 1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를 한다. LED등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했다는 이유였다. 
부평구청은 “사업자 선정지침은 공산품 구매 또는 공사 및 용역 금액이 300만원 이하인 경우에 한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LED등 구매는 공산품으로 볼 수 없어 수의계약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공산품이란 소비자가 별도의 가공(단순한 조립은 제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최종 제품 또는 그 부속품을 의미하는데 LED등 구매는 공사를 하기 위한 물품 구매에 해당한다는 것. 즉 공사 나누기(물품 구매+공사)로 본 것이다.
그런데 보편적으로 공사 나누기는 아파트가 물품을 구매하고 시공 용역은 300만원 이하로 책정해 특정 업체와 반복 수의계약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A아파트는 이 시공을 외부에 맡긴 것이 아니라 관리직원들이 직접 작업해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았다. 통상적인 공사 나누기와는 무관한 부분이다.
여기에 부평구청은 ‘등기구 설치·교체’ 자체도 전기공사업을 등록한 자가 시공해야 한다며 LED등 교체가 전기공사업법 위반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경미한 전기공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기공사업법은 ‘경미한 전기공사’를 제외한 전기공사는 모두 전기공사업 등록자가 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미한 전기공사란 전기공사업법 시행령 제5조에 규정된 공사들(전구교체, 전력량계 또는 퓨즈 탈부착, 전압 600볼트 이하 전기시설 용량 5킬로와트 이하인 단독주택의 개선 및 보수공사 등)을 의미한다. 아파트 공용부분의 등 교체를 경미한 전기공사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규정돼 있지 않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는 입주민이 자기 집 전등을 교체하는 것은 경미한 공사에 해당하나 아파트 공용부분에서 ‘배선을 연결하는 공사’는 경미한 공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는 등기구를 구입해 아파트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교체작업을 실시할 때 등기구 구입비용이 300만원을 초과하더라도 공산품으로 간주해 수의계약으로 구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LED등만 구입하는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2014. 12.)하다는 회신과 ▲공산품의 정의에 적합하고 단순한 조립 정도의 설치로 관리사무소의 인력을 활용하는 경우 및 면허나 등록을 마친 자만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금액에 상관없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회신(2016. 4.)을 내린 바 있다.
또한 서울시,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대다수의 지자체는 관리직원들이 아파트 공사에 참여해 입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관리비 절감 우수사례로 보고 우수관리단지 선정 시 참조하고 있는 추세다.
주법과 정책(공동주택 관리)이 타법(전기공사업법)과 상충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공사 당시 A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이던 C소장은 인천을 떠나 타 지역에서 근무하던 중 해당 공사로 과태료 통지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분노와 동시에 허무함을 느꼈다.
C소장은 “LED등 공사로 관리비도 상당히 줄였다. LED등을 교체하면서 직원들에게 어떤 보상도 해주지 못해 미안했지만 입주민을 위해서라고 설득하고 독려했는데 과태료 처분까지 받아야 한다니…소장이라는 직업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보도블록 교체, 옥상 방수, 그리고 이번 등기구 교체처럼 아파트에서는 크고 작은 공사가 빈번하다. 많은 아파트들은 이를 외부 업체에 맡기지 않고 관리직원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다. 자기가 맡은 주 업무도 아니고 보상이나 격려, 칭찬도 없지만 직원들은 공사에 참여해 묵묵히 땀 흘리고 있다. 아파트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처분과 판결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전기공사에 그치지 않고 방수, 조경, 소독 등 저마다의 법령을 적용한다면 더 이상 아파트는 자체 인력으로 입주민을 위한 봉사를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태료 부과 소식을 들은 인근 지역의 한 소장은 “앞으로 관리직원에게 자기 업무 외에 어떤 작업도 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모두 입찰에 부치면 된다. 누가 나서서 봉사할 수 있겠는가”라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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