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장의 시선

 

 


김 호 열  주택관리사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인사고과를 해 호봉을 책정하고 진급을 결정하지만 관리사무소에서는 이런 것이 없다. 다만 관리사무소장은 직원들의 계약종료에 따른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때 필요시 근거를 남기기 위해 근무평가표를 작성해 보관한다.
직원의 재계약을 결정하지 않을 때 그 근거를 남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쫓겨난 직원이 노동부에 가서 부당해고라고 신고를 하면 조사가 나올 때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관리사무소장은 직원이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일하려는 마음자세가 돼 있는지를 본다. 능력보다는 성실성과 태도를 더 중하게 여긴다.
신은 인간에게 공평하게 재능을 나눠줬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할 줄 알기에 게으르고 기회주의적이다.
입주민들과 동대표에게 일을 잘 한다고 인정을 받지만 관리사무소장에게는 인정을 못 받는 과장이 있었다. 이 과장은 주 40시간이 아니라 주 45시간 이상을 근무했다.
항상 근무 시작 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 일찍 출근해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왜 관리사무소장에게는 인정받지 못했을까?
이 과장은 현장 스타일이었고 행정 일을 너무 몰랐다. 일반적으로 과장은 관리사무소장의 행정업무를 보좌하는데 이 과장은 거의 행정업무를 할 줄 모르니 관리사무소장은 매우 답답했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행정업무 요구수준이 너무 높다 보니 관리사무소장은 과장만 보면 짜증이 나서 거의 매일 과장을 책망하다시피 하니 과장은 사무실에 붙어있지 않고 항상 현장에 나가 살다시피 했다. 과장은 웬만한 가구 민원은 직접 다 처리했고 공용부분 공사, 정원 조경수 전지를 직접 하다 보니 입주자들 눈에 가장 많이 띄었다.
이렇게 눈에 띄는 성실성을 보였으니 과장을 칭찬하지 않는 입주자가 없었다.
관리사무소장에게는 60~70점짜리 과장이지만 입주자들에게는 100점짜리 과장이었다.
이렇게 한 직원에 대한 평가가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은 감정 점수라는 것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감정 점수란 필자가 만들어낸 용어로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아닌 감정에 의한 평가에 의해 매겨지는 점수를 말한다.
현실적으로 감정 점수는 모든 사람의 평가를 좌우한다.
객관적인 평가는 거의 제 구실을 못하는 게 현실이다.
미운 구석이 있고 싫은 구석이 있으면 능력이 있어도 좋은 점수는 절대 받을 수가 없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대인관계의 고수이다. 관리사무소장은 동대표의 마음을, 직원들의 마음을, 그리고 입주자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감정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
그것이 관리사무소장으로서 무병장수하는 비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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