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소재 모 아파트에서 7년째 근무 중인 김모 소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 7시 40분경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다.
단지 구석구석을 살피는 몸에 밴 습관대로 그날도 어김없이 8시가 되기 전 관리사무소로 들어섰다. 끔찍한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짐작도 하지 못한 채.
이른 아침임에도 관리사무소에는 그 전날 사퇴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B씨가 경비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벼운 인사 후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B씨가 김 소장을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김 소장이 끼고 있던 안경을 벗겼다. 의아함도 잠시, B씨는 김 소장을 주먹으로 가격하기 시작했다.
무방비 상태로 자신보다 20살 가까이 어린 입대의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얼굴과 배 등을 가격당한 김 소장은 많은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참이 지난 후 병원에서 깬 김 소장의 양쪽 눈은 함몰돼 심하게 부어올라 있었고 콧등은 찢어졌으며, 오른쪽 갈비뼈에는 금이 가고 온몸은 타박상과 멍으로 부어올라 처참한 몰골이었다고 가족들은 전한다.
사건은 2015년 8월 B씨가 입대의 회장이 되면서부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 7월 말로 2년의 임기가 만료되는 B씨는 회장 당선 이후에도 독단적으로 사업을 결정하는 등 동대표 및 입주민들과 마찰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올해 3월 입주민 205명은 B씨의 독선적인 입대의 운영과 법령 및 관리규약을 위반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내용 등을 사유로 해임을 요청하고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를 공고하기에 이른다.  
공고문에 따르면 B씨는 입대의 의결 없이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노인정 비상계단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 무면허 사업자와 공사를 체결, 이후 사업이 무산됐지만 지급한 계약보증금 약 2,200만원을 돌려받아야 함에도 3개월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입대의와 의논 없이 입주민 75%가 동의한 공사를 취소하는 등의 사유로 해임이 진행됐다. 해임사유 공고문이 게시된 기간에도 B씨는 새벽에 수차례에 걸쳐 김 소장과 선관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언어폭력을 가하고, 소장을 해고한다는 내용을 담은 해고통지서를 직접 만들어 문자로 보내는 등 소장과 선관위 위원장을 괴롭혔다.
이후 B씨는 해임투표가 진행되기 전날인 지난달 21일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선관위에 사퇴서를 제출했으며, 22일 오전 김 소장은 회장 사임을 알리는 공고문을 게시해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자신이 불명예스럽게 입대의 회장직에서 물러난 것이 김 소장으로 인한 것으로 생각한 B씨는 김 소장을 찾아가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사고 직후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기도회 이선미 회장은 경기도회 고충처리위원회와 함께 진상조사반을 꾸려 즉시 대처에 나섰으며, 박은숙 광명지부장은 김 소장의 폭행사건을 알리는 호소문을 게재하는 등 발 빠르게 사건을 회원들에게 알렸다.
소식을 접한 관리현장에선 “‘종놈’ 발언 등 관리소장 및 직원들에 대한 막말과 갑질 논란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또 이런 일이 일어나 분통터지고 화가 난다”며 술렁이고 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회장 최창식)와 경기도회는 향후 진행될 법적 절차 및 변호사 선임 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이선미 경기도회장과 본회 송영환 홍보협력국장, 임한수 법제팀장, 문은영 법무팀장, 고충위 한용훈 위원장 외 6명의 위원과 광명지부장, 이소희 소장이 김 소장이 입원해 있는 서울 구로구 소재 병원을 찾았다.
이선미 경기도회장은 “폭력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모든 법적 조치를 검토해 김 소장을 적극 돕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소장의 눈 뼈 수술 다음날인 27일 오전에도 대주관 최창식 회장과 이선미 경기도회장, 강기웅 사무총장, 이관범 국장이 김 소장을 찾아 수술경과를 확인하고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최창식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즉시 진행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고 있으니 빠른 쾌유로 당당하게 복귀하길 바란다”면서 “재발방지와 회원권익 향상을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정당한 법 절차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B씨는 경찰조사에서 우발적인 사고였다고 항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소장의 가족들은 “한마디 사과도 없이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B씨의 행동에 울분을 참을 수 없다”며 “가족들 역시 정신적 충격으로 힘든 상황에서 동료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를 위해 아파트를 찾은 고충위 위원들은 “B씨가 사임 후에도 아침마다 관리사무소를 찾아 관리직원들을 괴롭히고 있으며 사건을 목격한 미화반장과 경비원에게는 협박을 일삼는 등 직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주관 경기도회는 긴급성명을 발표,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의 근로여건 안정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임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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