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입주자대표회의가 노후된 난방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중앙집중난방방식을 지역난방방식으로 전환하기로 의결했다. 입대의는 전체 아파트 입주자 3,144가구 중 2,396가구(76.2%)의 동의를 얻어 구청으로부터 행위허가를 받은 후 약 70억원대의 난방전환공사를 실시했다. 이와 같은 난방전환공사는 중앙집중 난방시설 및 배관설비 대부분을 철거하고 지역난방용 난방시설 및 배관설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공용부분의 형상 또는 효용을 실질적으로 변경시키는 공용부분의 변경에 해당한다. 집합건물 공용부분의 변경은 집합건물법 제15조 제1항, 제41조 제1항에 따라 관리단 집회에서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4분의 3 이상 다수의 결의에 의하거나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 이상의 서면 합의가 있어야 한다. 난방전환공사를 위한 관리단 집회가 개최된 바도 없고,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에 현저히 미달하는 약 76%의 서면동의가 있었을 뿐이므로 입대의가 추진한 난방전환공사는 집합건물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다86597 판결)
이는 당시 주택법령이나 현재의 공동주택관리법령상 행위허가 기준과 집합건물법상의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구성 및 활동의 근거를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두고 있는 입대의는 행위허가 사항에 대해 공동주택관리법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집합건물법 제2조의 2가 “집합주택의 관리방법과 기준,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주택법 및 공동주택관리법의 특별한 규정은 이 법에 저촉돼 구분소유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집합건물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구분소유자의 동의정족수를 공동주택관리법령의 행위허가 기준에 따라 완화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즉 입대의가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따라 입주자들 동의를 득해 행위허가를 받았더라도 집합건물법에 위반될 수 있고, 행위허가에 따른 공사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으며, 공사를 추진한 동대표들은 공동주택관리 관계 법령을 위반했다는 등의 사유로 해임대상이 되기도 한다. 집합건물법에 따라 난방전환공사를 하려 해도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업무 및 비용 징수권한은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에 귀속하는 것이고, 관리단 집회도 관리단의 대표자인 관리인이 소집해야 하는 것이어서 입대의가 이를 대신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 대법원이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집합건물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 이상이 공용부분 변경 공사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서면을 입대의 앞으로 제출하고 이에 따라 입대의가 그 업무를 처리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합건물 관리단이 입대의에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봐야 하고,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업무처리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 관한 재판상 또는 재판 외 청구 권한도 함께 수여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 2017. 3. 16. 선고 2015다3570 판결) 집합건물 구분소유관계가 성립하면 관리단은 당연설립되는 것이나 관리단을 대표하는 관리인의 선임이나 집합건물 관리규약의 제정 등 조직행위가 없으면 관리단에 귀속하는 공용부분 관리업무 및 그에 따른 비용 징수권한의 위임이나 양도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위 대법원 판례는 구분소유자들의 서면동의로써 관리단으로부터 입대의로의 공용부분 변경 및 비용징수 권한의 포괄 위임을 폭넓게 인정해줬다. 이제 입대의는 난방전환공사 등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업무를 추진하고 입주자들에게 비용을 징수해야 하는 경우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 이상 서면동의를 받아 적법하게 추진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령과 집합건물법의 상호 모순과 충돌을 해결해 입대의로 하여금 적법한 업무처리가 가능토록 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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