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 선 미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기도회장

주택관리사제도가 도입된 지 어언 27년이 됐다. 과연 27살이 된 현재 시점에서 전문가로서 사회적으로 올바르게 인식되며 신뢰받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2013년도부터 지자체 감사가 실시되면서 일부의 문제를 전부의 비리인 것처럼 선정적으로 몰아세우는 정부 및 언론보도가 도를 넘고 있다. 일처리 과정의 사소한 문제와 배임 횡령 등 범죄 혐의가 있는 것과는 엄격히 구분해 감사 지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투명화·효율화를 목적으로 잡수입의 처리방안, 지자체 감사, 외부회계감사 의무화, 장기수선과 수선유지비의 명확화 등 많은 것들을 주문하고 있으며, 커뮤니티 활성화의 중요성도 강조하지만, 현장에서는 운영에 따른 관리 및 수반되는 문제들로 인해 또 다른 민원과 갈등을 양산하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개발해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선 입주민의 참여와 합리적인 이성이 먼저 성숙돼야 한다.
공동주택 안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민원과 갈등으로 인해 주택관리사가 본연의 업무를 돌보지 못하고 있다. 입주민 간 갈등구조 속에서 양산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의 서류처리만 해도 약 18회의 과정을 거쳐야만 요식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따라서 안전을 위한 순찰 및 점검 등은 후순위로 밀려나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각종 서류를 만드느라 치이고, 까다로운 절차에 치이고 악성민원인(블랙컨슈머) 때문에 힘들다. 동대표 또는 입주민 중 한두 명이 만들어내는 고집불통 악성민원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공동주택 관리문화 정착은 결코 쉽지 않다. 
자기주장만 고집하고 이슈로 만들어가는 특정인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런 입주민 때문에 단지를 떠나게 되고, 고질적 민원으로 인해 분쟁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관리사는 공동주택관리 전문가, 민원해결사, 커뮤니티 활성화 박사, 입주민 간 이해와 조정을 위한 아이디어맨, 관리비 절감을 이끄는 경제학 박사, 참고 또 참아야 하는 감정 노동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지 걱정으로 밤잠을 설쳐야 하는 고달픈 염려증 환자 등의 다면적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주택관리사는 슈퍼맨 슈퍼우먼이 돼야 하는 힘든 현실에 처해 있다.
20~30대가 관리현장에 진입해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관리업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위탁관리회사 및 입주민의 갑질로 신분이 보장되지 않고, 입주민대표의 요구에 불응하면 인사조치가 단행되며, 급여 수준이 4인 가족 최저 생계비에도 못미처 직업안정성이 떨어지다 보니 젊은이들이 오려고 하지 않는다.
잦은 관리사무소장 교체에 따른 관리 공백 누수와 시설물 노후화 방치도 문제고, 젊은 인력이 수혈되지 않으니 전반적으로 이 제도의 발전이 더딘 것이다.
슈퍼맨처럼 일해야 살아 남는 자격자라면 현실이 너무 버겁다.
지금부터라도 주택관리사와 중앙정부, 지자체, 관리회사, 입주민이 함께 손잡고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점과 제도의 모순을 타개하도록 만나서 대화하고 토론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오는 23일 경기도청 주관으로 500여 명이 참석하는 ‘공동주택 관리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공동주택 관리방향 및 관리문화 개선방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
미래지향적 제도가 도입되고, 근무여건이 개선되는 직장이어야 젊고 유능한 세대도 관리현장에 진입해 자격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적 환경이 바뀌어 신뢰받고 존중받는 고품격의 전문가 자격사로 거듭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끝으로 단체의 리더들은 회원의 고충을 이해하고 개선시키기 위해 더욱 분발하는 배전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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