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놀이터’를 거부하는 놀이터가 등장했다. 그네, 시소, 미끄럼틀 등만 있으면 놀이터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아이들이 설계부터 감리까지 직접 참여해 공공 놀이터의 혁신을 이끈 ‘기적의 놀이터’가 지난 2일 2호점의 문을 열었다. 순천시는 지난 2일 전남 순천시 해룡면 신대지구에서 기적의 놀이터 2호 ‘작전을 시작하-지’의 준공식을 열고 시민들에게 놀이터를 개방했다.
1년 전 문을 연 기적의 놀이터 1호 ‘엉뚱발뚱’은 놀이기구를 없애고 비탈길과 언덕 등 자연 지형을 살렸다. 7,000여 가구에 달하는 신축 아파트 밀집 지역에 조성된 2호 놀이터에는 도시적 감각을 살려 ‘스페이스 네트’라는 놀이기구를 들여온 점이 눈에 띈다. 에펠탑 모양의 그물망처럼 생겼는데 아이들이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전신 근육을 쓸 수 있도록 고안됐다. 소형 네트는 5살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 사용할 수 있고, 11m 높이의 대형 네트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작전을 시작하-지’는 도심에서 자연을 만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인공 언덕과 물길, 모래 등 자연 소재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 놀이터를 이용하는 어린이와 시민들이 설계부터 공사, 운영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도 남다르다.
5000㎡에 달하는 이 놀이터에는 입구부터 기다란 나무다리가 설치돼 있다. 나무다리를 따라 걸으면 언덕 위로 이어지고, 그곳에는 그늘막이 설치된 모래 놀이장이 있다. 모래 놀이장 옆에는 도랑을 따라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 수 있도록 물놀이장이 있다. 공원 한쪽에는 영유아를 태우고 놀 수 있는 바구니 그네와 커다란 은행나무 의자가 배치됐다. 놀이터 바닥은 우레탄 포장 대신 깨끗한 모래를 깔았다.
보통의 놀이터를 만드는 데 3개월 정도 걸린다면 이 놀이터는 시민 간담회, 어린이들이 참여한 디자인 등의 과정을 거치느라 완성까지 1년 정도 걸렸다. 세계적 놀이터 디자이너 독일의 귄터 벨치히와 놀이 운동가이자 놀이터 디자이너인 편해문씨, 순천시 담당 공무원이 이 과정을 주도하면서 어린이들의 의견을 설계에 반영했다.
편씨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이 붕어빵 같은 놀이터에서만 논다면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배울 수 없다”며 “지루하고 도전할 것이 없는 놀이터가 아니라 아이들이 ‘건강한 위험’을 만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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