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우리는 어떤 시기를 살아가고 있을까.
모든 생명에는 생애주기(life cycle)가 주어진다. 나무도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가장 달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는 시기가 있다. 늙은 나무에서 열리는 포도는 단맛이 덜하고 시거나 떫을 때가 많아 적당한 때가 되면 새로운 나무로 교체해야 한다. 늘 한결같이 푸르게만 보이는 숲도 가장 진한 녹색을 띠는 시기가 따로 있다.
생명이 없는 것에도 생애주기가 존재한다.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콘크리트 건축물도 처음 지어졌을 땐 인간에게 해로운 물질들을 내뿜다가 점차 안정화되고, 조금씩 부식돼 가다가 수 십 년이 지난 후엔 마침내 생명을 다하게 된다. 자동차 엔진오일을 교환했을 때도 처음보다는 1,000㎞정도 달린 후에 가장 좋은 성능을 발휘한다.
인간이라고 다를 수 없다. 인간도 대부분의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출생기-유아기-아동·청소년기-청년기-중·장년기-노년기를 거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보통의 상식으론 노년기의 인간이 가장 어두울 것 같지만, 의외로 노년기가 가장 행복하다고 답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자식들 다 키워 시집 장가보내고, 더 이상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몸과 마음이 여유로워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동하며 책을 읽고, 가끔 여행도 다닐 수 있는 노년기가 가장 좋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답변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노인이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다수를 차지하긴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극소수에 불과해 보인다. 각종 지표에서 나타나는 대한민국 노년층의 상황이 매우 나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노인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다. 그것도 수년째 압도적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행복한 노년’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행복한 것도 아니니,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장탄식이 절로 터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생애의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기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청년기를 첫 손에 꼽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그 시기를 20~30대로 본다.
그런데 UN이 흥미로운 제안을 내놨다. 지난 2015년 유엔은 새로운 연령기준을 발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0~17세는 ‘미성년자’, 18~65세는 ‘청년’, 66~79세는 ‘중년’, 80~99세는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청년기다. 18세 고등학생 무렵부터 65세까지 무려 47년 동안이나 ‘청년’이라는 것이다. 중장년층으로 분류되던 사람까지 ‘어쩌다 청년’이 됐다.
청년기는 가장 빛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며 강도 높은 노동을 이어가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장 47년의 청년기가 반갑기도 한 반면에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공동주택 관리의 핵심축, 주택관리사는 어떨까.
유엔이 제시한 기준대로 본다면 주택관리사의 대다수는 ‘청년’들이다. 더 이상 중장년층의 은퇴 설계에 대비한 제2의 인생 자격증이 아니다.
공동주택 관리의 중요성이 국가적 과제로 급부상하는 만큼, 주택관리사 자격도 사회적으로 높은 주목도를 끌고 있다.
공동주택의 건강한 운영. 그리고 ‘청년’ 주택관리사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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