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남구에 소재한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와 갈등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울산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낮 12시 30분경 이 아파트 옥상에서 관리소장 박모(59)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소장은 이날 연차휴가를 낸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오전 10시 30분경 출근해 ‘입주자대표회의 감사 B씨는 내 죽음에 답하라’라는 내용의 유서를 관리사무소 책상 위에 올려놨다.
유서를 발견한 직원들은 박 소장이 자살할 가능성을 우려해 그를 찾아 만류했으나 박 소장은 이를 뿌리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갔다. 입에선 술 냄새가 풍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구조대 등이 직원들과 함께 박 소장을 찾아 나섰으나 그는 25층 옥상에 있는 승강기 기계실 안쪽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현재 경찰은 유서 내용으로 미뤄 평소 박 소장과 감사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관리사무소 직원과 동대표 등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울산시회는 그동안 입대의 측이 관리사무소에 공공연히 일삼아온 잘못된 관행 등 문제의 일부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권오섭 울산시회장은 “유서의 내용 등을 볼 때 입대의 측에서 주는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평소에도 ‘힘들다’, ‘죽고 싶다’ 등의 표현을 주변에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권 회장은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에는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고, ‘지자체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돼 있지만 별도의 벌칙 규정도 없을뿐더러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조사를 요청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어서 이 조항은 사실상 선언적 문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입대의 입장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관리소장을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파견 나온 관리소장 입장에서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도, 대부분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모든 입대의 대표들이 그렇진 않지만 이런 부당간섭 등의 사례가 많아 법 개정과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울산시회 관계자에 따르면 “숨진 박 소장이 이날 연차휴가를 냈지만 술을 마신 상태에서 오전 10시 30분께 출근한 것으로 볼 때 아마도 어쩔 수 없이 출근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대주관 본회 차원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향후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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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윤종권 기자 

 

대주관·울산시회,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대한주택관리사협회(회장 최창식)와 울산시회(시회장 권오섭)는 이번 사건이 일어난 원인과 배경에 대해 철저히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5일 대주관 김학엽 법제위원장(대구시회장)과 임한수 법제팀장, 안전권익국 고충처리팀장 문은영 변호사, 오주식 경남도회장은 울산시회를 찾아 “이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협회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대주관 관계자들은 울산 남부경찰서와 울산시청 및 故박 소장이 근무하던 단지를 차례로 찾았다.
울산 남부경찰서 수사담당관을 만난 자리에서 협회 관계자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당부하고 협회에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울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유서 내용으로 미뤄 평소 관리사무소장과 동대표 감사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관리사무소 직원과 입주민, 동대표 등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면서 “사실을 바탕으로 정확한 자살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울산시청 공동주택지원과를 방문해 담당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박 소장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아파트 관리현장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지자체에서 더욱 아파트 관리현장에 관심을 갖고 의결기구와 집행기구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함께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울산시 공동주택지원과 담당자들은 “관리현장에서 부당간섭 및 부당해고 등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입대의 교육 시 안내를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성숙한 관리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박 소장이 근무하던 단지를 찾은 협회 관계자들은 박 소장의 동료이자 죽음을 목격한 관리직원들을 찾아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권오섭 울산시회장은 “현재 누구보다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관리직원들과 지속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상처받고 놀란 마음을 달래주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권오섭 울산시회장은 3일 동안 빈소를 지키며 유가족을 위로하는 등 박 소장의 마지막을 끝까지 함께 했다.
이후 지난 3일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긴급 운영위원회에서는 경찰 조사결과를 토대로 향후 대응방안 마련과 초기에 왜곡 보도된 언론보도 내용을 바로잡고 대 언론을 상대로 관리현장 실태보도 및 제도개선을 위한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본회와 함께 협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 법령과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권오섭 울산시회장은 “단순한 갈등이었다면 실명까지 거론한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동료를 잃고 마음이 참담하고 안타깝지만 고인이 된 동료가 떠나면서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무엇인지를 되돌아보면서 남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울산을 찾아 모든 일정을 함께 한 김학엽 법제위원장과 임한수 법제팀장 및 문은영 고충처리팀장 등 대주관 관계자들은 “관리현장의 열악한 현실과 아픔에 대한 해결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일은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면서 “본회에서도 이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진상조사 등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한편 관리소장의 유서에 지목된 입대의 감사는 평상시에도 지휘체계를 무시한 업무지시로 관리사무소와 갈등이 있어왔고, 18년 된 아파트 특성상 승강기의 노후화로 인해 갇힘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감사와 관리소장 간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줬다.
한 아파트의 관리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많은 억측이 난무하고 경찰수사도 진행 중이지만 관리소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유서에서 지목된 사람과의 직접적인 문제인지 아파트 내부의 일인지 개인적인 일인지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하지만 관리현장에서는 말하고 있다. 고용불안과 지휘체계를 막론한 잘못된 관행 등의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일은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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