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장의 시선

 

 

김 호 열  주택관리사
인천 산곡한양7차아파트 관리사무소장

 

공동주택 내부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이해 당사자들끼리의 다툼인데, 심할 경우 관리업무를 마비시킨다.
양측은 각자 관리사무소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서 자기들의 손발로 활용해 상대를 이기려고 한다. 이런 혼란이 휘몰아치면 관리사무소는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다.
공동주택에서 주로 발생하는 분쟁은 신구 세력의 다툼이다.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면 그들은 의욕이 넘치다 보니 과거의 의혹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과거 큰 공사라도 해놓은 것이 있으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들어간다.
사실 확인을 통해 비리를 찾아내어 처벌하고자 하는 고집은 정의의 구현이란 정당성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무리한 정의의 구현 시도는 난장판 아파트를 만들 뿐이다. 조그만 의심 증거라도 나오면 소송으로 가고 상호 비방과 다툼 도중에 생겨난 시비는 명예훼손죄, 폭행죄 등의 고소고발 남발로 확대된다. 자존심과 오기의 싸움으로 변질되면 처음의 ‘정의의 구현’이란 명분은 ‘오기의 구현’으로 바뀐다. 이런 것이 진행되는 동안 발생하는 모든 매몰비용은 공동주택 거주자가 부담하게 된다.
문제는 이 매몰비용이 피부에 와 닿거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공동주택 내에서 일어나는 끝없는 싸움의 희생자는 곧 모든 공동주택 거주자다.  무관심한 입주자는 소문에 들리는 싸움이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는 느끼지 못한다.
매몰비용이 1/N에 의해 처리되다 보니 경미해 그 손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중에 뭔가가 크게 문제가 될 때나 입주자는 그 심각성을 알고 관심을 갖지, 소소한 것에는 무관심하다. 아니 신경 쓰기가 싫은 것이다. 세상이 너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니 중요성의 순서에서 공동의 것은 제일 나중 순위로 밀려나 별로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리라. 입주자들이 받는 피해 속에는 매몰비용 외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있다.
분쟁으로 시끄러운 공동주택의 입주자들은 관리사무소에서 정상적으로 받아야 할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이는 입주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이 불만의 화살은 관리사무소로 향하면서 관리사무소는 더욱 시끄러워진다.
이렇게 분쟁이 있는 아파트는 민심이 흉흉하다. 그리고 직원들이 자주 바뀐다. 아마도 관리소장은 직원들보다 더 자주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분쟁은 소득 없는 소모전이다. 일단 싸움은 말리라고 했다. 싸움을 말리라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싸움은 결국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현명한 입대의 회장은 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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