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손짓에 새들은 날고 밤이면 한 뼘 숲에는 별들이 뜬다.

양평 용문산의 동쪽 지척에 있는 중원산(799.8m)은 서쪽으로는 조계·용계돌이, 동으로는 중원계곡 같은 수려한 계곡을 끼고 있어 여름철에 많은 피서객들이 찾는 가족 산행지로 인기가 높다. 또한 양평군 단월면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소리산(479m)은 강원도 홍천군과 접경을 이루는 경기도의 오지다. 소리산은 주변 산에 비해 큰 산은 아니지만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과 기암괴석, 맑은 계곡이 어우러져 예로부터 ‘경기의 소금강’이라 일컬어질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빼어난 산들을 좌우에 두고 단월산과 마주한 봉미산(856m) 깊은 계곡 자락에는 9갈래의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이 숲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숲길이 있다.

 

산음의 힐링로드!

긴 가뭄 끝에 단비가 온다. 나뭇잎을 따라 떨어진 빗물은 숲의 깊은 뿌리까지 적신 후 시원한 숲의 낮은 그늘을 따라 흐른다. 가을이면 아름답게 붉게 물드는 복자기나무는 계곡의 돌 틈에서 온갖 소리를 내는 물의 화음에 반주하듯 빗방울을 떨어뜨린다. 물안개 속에 흰빛을 더 하는 산꿩의다리. 벽색의 산수국이 청초하다. 이른 봄의 햇빛을 듬뿍 담았던 숲은 한 여름의 그늘에서 꽃들을 피운다.
봉미산과 용문산, 소리산의 높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에워싼 계곡에 들어선 산음휴양림. ‘산음’은 산그늘에 있다는 데서 유래한 산그늘이라는 뜻이다. 길은 마을 좁은 농로를 따라 버스 한대 겨우 들어 갈 정도이지만 오히려 그런 길이 정겹다. 쪽동백나무와 다래나무의 초록 열매들은 다람쥐의 눈망울마냥 커 가는데, 한껏 들이쉬는 공기는 잣나무의 짙은 그늘 사이로 비쳐드는 푸른빛. 푸른 바람들이 몰려온다.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간 담쟁이덩굴의 잎들은 잣나무 그늘의 길을 밝고 상쾌하게 해준다. 계곡을 따라 상수리나무, 가래나무, 피나무, 물박달나무, 층층나무를 들과 눈맞춤하며 물길을 건너 숲길을 걷는 힐링로드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새들은 숲속을 난다. 붉게 익은 산딸기와 흙냄새 섞인 가지런한 치유의 숲길을 걷다 삼삼한 계곡의 풍경에 다리쉼하며 발을 담그면 신선이 따로 있을까. 숲속의 통나무집들과 계곡 옆 낙엽송 숲속의 야영장은 풀벌레 소리로 한적하고 밤이면 한 뼘 하늘에 별들도 반짝인다.

산림청1호 ‘치유의 숲’으로 지정된 이곳은 건강증진센터가 있고 잣나무 밑의 명상, 숲 속 체조 등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숲에 존재하는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으로 산림치유지도사가 치유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가족들의 목공예 체험방과 휴양림을 찾아온 이용자들에게 숲과 자연환경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올바른 숲 탐방 및 숲 체험 방법을 안내하는 숲해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휴양림은 북적이는 사람들이 없어 좋고 사시사철 계절의 풍경들이 있어 새롭다. 천연의 숲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자연경관이 좋은 휴양림의 숙박시설을 예약하려면 미리 계획을 잡고 서둘러야 한다. 숲길을 걷는다는 것은 내 마음속에 힐링로드를 만드는 것이다.

국내의 휴양림은 140곳 정도다. 그 중에 국립휴양림은 올 7월 산림과 바다가 어우러진 섬 진도에 개장된 진도휴양림을 포함해 42곳이다. 산림휴양시설은 자연휴양림, 치유의 숲, 산림욕장, 숲속야영장, 산림레포츠 시설 등이 있다. 숲길은 현대인의 여가 활용에서 자연과의 만남을 통한 심신의 건강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며 자연에서 오감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성찰의 장소이기도 하다.
휴양림은 숲과 계곡이 자연스럽게 어울린 곳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개발과 자연특성을 살려 역사와 문화, 에코힐링캠프, 자생식물원, 울창한 숲과 야생화, 바다와 숲 등 지역의 특성과 주변 여행과의 연관성을 갖고 있다. 빌 브라이슨(Bill Bryson)이 쓴 “나를 부르는 숲’의 애팔레치아 종주가 아니더라도 자연을 찾아 떠나보는 국내 휴양림 돌아보기를 버킷리스트에 추가해 봄이 어떨까. 지금 우리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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