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동설비 변동 이후 제안 안한 기간의 손해배상 인정


 

전기요금 계약 당사자인 입대의 스스로도
계약방식 변경 여부 검토 가능할 뿐 아니라
실제 변경 여부는 입대의 선택의 몫 등 참작해
주택관리업자 손해배상 책임비율 50%로 제한

대구고법

아파트를 관리함에 있어 공동설비 부분 변경 즉 공동 전기요금에 대한 변동사항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현행 전기요금 계약방식인 종합계약과 단일계약방식 중 어떠한 방식이 전체 입주민들에게 유리한 지 여부를 검토해 입주자대표회의에 제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총 8개 동에 1,000가구가 넘는 대구 중구의 A아파트. 이 단지는 난방방식을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공사를 2011년 1월 9일경 완료했다. 이때부터 전기요금 계약방식 중 기존의 종합계약보다 단일계약이 유리하게 된 상황.
일반적으로 전체 전기사용량 대비 공동설비사용량이 약 25% 이내이면 단일계약이 더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5월경부터 이 아파트를 위탁관리해온 B사 소속 관리사무소장은 2011년 8월경 전기요금 종합·단일방식별 세부 비교분석표(2011년 1월)를 작성, 입대의 회의에서 기타 안건으로 전기사용계약 조건 변경에 대해 설명하려 했으나 회의정족수 미충족으로 회의가 무산됐다. 그러자 다음 달 회의에서 설명했는데 가구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동대표 간 의견이 엇갈렸고, 다음 회의에서 계속 심의하기로 했으나 역시 의견이 대립돼 심의가 보류됐다. 결국 A아파트는 관할 관청으로부터 전기요금 계약방식에 대한 개선명령을 받게 됐고 2013년 12월경이 돼서야 종합계약을 단일계약으로 변경했다. 
이를 두고 A아파트 입대의는 난방방식 전환공사 완료 이후부터 2013년 11월경까지 단일계약방법을 적용받지 못해 추가로 부담하게 된 전기요금 약 1억9,000만원 상당을 B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1심 인정금액(약 1억원)보다 작은 배상금액(약 1,800만원) 인정
그 결과 지난해 6월 30일 1심 대구지방법원은 입대의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B사의 책임을 50% 인정, B사는 약 1억원을 입대의에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관련기사 제987호 2016년 7월 27일자 게재>
이에 대해 입대의와 B사 양측이 불복했고 1년 만에 항소심 판결이 나왔는데 1심에서 인정한 손해배상 금액보다는 훨씬 작은 금액이지만 여전히 아파트 주택관리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점을 유지했다.
항소심인 대구고등법원 민사2부(재판장 김문관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B사의 항고를 일부 받아들여 ‘B사는 입대의에게 약 1,8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우선 대법원 판례(96다22365)를 참조해 “아파트 관리회사가 아파트를 관리함에 있어 공동설비 부분에 대한 전기요금 산정 방식이 변경돼 입주자가 다시 선택할 여지가 있음을 알게 됐으면 비록 전기요금 산정 방식의 선택에 관한 최종 결정은 입대의가 책임질 사항이더라도, 어떤 방식이 입주자들에게 유리한지 검토해 입대의에 알려주는 등 입대의로 하여금 공동설비 부분에 대한 전기요금 산정 방식의 변경 여부에 관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아파트의 경우 “난방 전환공사가 2011년 1월경 완료됨에 따라 입대의나 입주자들은 전기사용계약을 종전의 종합계약에서 단일계약으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B사로서는 입대의에게 재검토의 필요성 및 그로 인한 전기요금 절감가능성에 관해 입대의가 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설명·조언해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부터 2011년 8월경까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재판부는 난방전환 공사로 종전보다 공용부분 전기사용량은 감소하고 개별 가구의 전기사용량이 증가해 전기사용계약에 있어 종합계약과 단일계약에 따라 실제 부과되는 전기요금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 있었던 데다 실제 종합계약에서 단일계약으로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약 6,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었던 점, A아파트 관리규약에는 ‘관리주체는 종합계약 또는 단일계약아파트 중 입주민에게 유리한 납부방식을 선택해 한전과 계약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던 점 등을 들었다.  
또한 B사가 한전으로부터 전기사용계약 방식 변경에 대해 구체적인 안내를 받지 못했더라도 B사는 공동주택 관리 전문회사로서 난방전환공사 이후 전기사용계약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알고 있었고, 이를 알지 못했더라도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다고 봤다.
다만 “B사는 관리대행업무를 위탁받은 수임인으로서 위임인인 입대의에 대해 그 업무수행과 관련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설명·조언할 의무를 부담할 뿐 입대의가 최선의 선택과 결정을 하도록 지시·감독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B사가 2011년 8월경부터 10월경까지 입대의 대표자에게 전기사용계약 변경 안건에 대해 설명하고 3회에 걸쳐 정기회의에 안건을 상정했으므로 이 기간에는 설명·조언의무를 이행했으나, 2011년 1월경부터 2011년 8월경까지의 기간에는 입대의가 B사의 관리대행업무 위반으로 전기사용계약 변경 필요성을 검토하지 못해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고 이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B사는 종합계약에서 단일계약으로 변경할 경우 2011년 1월을 기준으로 전체 가구 중 약 21%는 종전보다 전기요금이 상승하게 된다는 이유 등을 거론하며 전기사용계약을 변경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입대의에게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단일계약으로 변경 시 전체 전기요금이 연간 6,000만원 정도 감소하는 점, B사는 입대의 내지 입주자들 전체의 이익을 위해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점, 공동주택 전체에 부과되는 전기요금이 감소하는 이상 전기요금을 절약한 가구의 혜택을 전기요금이 증가된 가구에 배분함으로써 가구별 이해관계 차이 역시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전기사용계약의 내용을 변경해 전체 전기요금을 절감하는 것은 입대의에게 ‘이익’이 되고, 이 이익을 얻지 못한 것은 입대의에게 손해가 된다며 B사 측 주장을 기각했다.
손해배상 책임비율에 대해서는 B사가 전기사용계약의 변경에 대해 설명·조언을 하지 않았더라도 입대의 역시 계약당사자로서 전기사용계약의 변경 필요성에 대해 스스로 검토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으며, B사의 조언·설명의무는 입대의가 전기사용계약의 변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 및 의견 개진에 그칠 뿐 실제 변경 여부는 입대의의 선택과 결정에 맡겨져 있는 점 등을 감안해 50%로 제한했다.
한편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종합계약과 단일계약방식으로 이원화된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문제를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러한 가운데 유리한 전기요금 계약방식을 입대의에 제안하지 않았다고 해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이 같은 판결이 나와 공동주택 관리종사자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yellow@hapt.co.kr/마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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