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지난주 초, 한 기사가 언론을 장식했다.
‘거침없이 오르는 아파트 관리비-물가상승률의 4배’ ‘무섭고 수상한’ ‘천정부지’ ‘비리·비효율에 치솟는 관리비’ 등 자극적 제목이 단번에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골자는 “올 2분기 공동주택 관리비 물가지수가 2012년 2분기에 비해 24.3%나 상승했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6.3%의 4배 수준”이라는 자상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출처는 한국은행과 통계청으로 나와 있었다. 곧바로 통계청에 접속해보니 보도자료나 통계자료에 그런 제목이나 내용의 발표는 없었다. 한국은행 홈페이지도 뒤져봤지만 그런 문건은 존재하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국토교통부에도 들어가 봤지만 허탕.
하는 수 없이 통계청에 전화로 물었다. “한국은행도, 통계청도 그런 자료를 언론에 뿌린 적이 없다”는 회신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어찌된 일일까….
두어 가지 짐작되는 부분이 있다. 첫째는 ‘기자의 예리한 관찰력, 분석력, 통찰력’이 빚어낸 작품. 꼼꼼한 기자가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5년 전의 지표들과 비교 분석해서 작성한 기사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는 매우 뛰어난 기자.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도 기사 쓸 땐 거의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그는 직관과 감각을 십분 활용해 자력으로 특종을 뽑아낸 것이다.
그런데 모든 언론이 천편일률. 리드문과 본문, 그리고 말미에 덧붙인 설명까지 어쩜 이리도 한 사람이 쓴 것처럼 똑같을 수 있을까? 지방지의 경우 자신이 속한 지역의 관리비 인상을 지적하면서도 말미의 설명은 하나같이 같았다. 물론 신비로운 현상까진 아니다.
같은 내용의 뉴스가 대다수 신문과 방송을 장식했단 건 아마도 최초 작성자가 ‘뉴스도매상’ 통신사의 기자일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또 하나의 추측. 공식 보도자료가 아니라면 혹시 이 문제와 밀접한 개인이나 조직의 도움을 받은 건 아닐까? 지금으로선 기자 개인의 능력인지, 청부기사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확실한 건 뉴스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것. 그리고 아파트에 또 한 겹의 불신의 장막을 드리웠다는 것. 그럼으로써 다시 한 번 관리 종사자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했다는 것이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반박문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1면>
대주관은 우선 위와 같은 기간 동안 최저임금이 41.27% 올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가상승률의 6.5배가 넘는 경이로운 수치다. 이는 관리자의 의도나 업무능력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더구나 경비원과 기사 등 감단직 노동자의 급여는 최저임금의 70~80% 수준에서 100%로 뛰어 올랐다.
최저임금이 물가상승률의 6.5배나 오르는 동안 관리비는 겨우(!) 4배 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건 관리사무소가 얼마나 빡빡하게 초긴축적으로 운영돼 왔는지를 반증하는 증거다. 조금 더 높은 급여를 받아온 관리사무소장이나 관리과장의 임금 인상 폭은 오히려 축소시키는 역설적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41% 오르는 동안 수선유지비는 6%, 위탁수수료는 0% 올랐다. 더 이상 얼마나 더 쥐어짜란 말인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은 저임금 노동자라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돌아간다.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소외된 음지를 돌보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런 통계자료를 임의로 해석하지 말고 현장 근무자나 주요단체의 입장과 설명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기자가 기사라는 돌멩이를 던질 때 그 언저리 어딘가에 개구리 가족의 터전이 있는지 살펴볼 줄 알아야 약자를 배려하는 언론이 될 수 있다.
내년엔 최저임금(7,530원)이 2012년에 비해 64.4% 상승한다. 최저임금에 기댄 아파트 관리비 역시 가파르게 오를 것이다.
대한민국의 언론은 그때 또 하이에나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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