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승강기 파손될라, 아파트 입주민 갇혔는데도 구조 막은 관리소장”(조선일보), “여성이 승강기에 갇혔는데 관리소장이 구조막아 실신”(연합뉴스), “사람보다 승강기 걱정한 아파트 소장”(한국일보), “승강기 망가진다, 119 구조 방해한 아파트 관리소장”(TV조선), “아파트 관리소장, 생명보다 재물, 40대 여성 실신”(프레시안). 최근 있었던 엘리베이터 사고 관련 각 언론들이 뽑아낸 제목이다. 일부만 거명했지만 모든 언론들의 기사 제목은 대동소이하다. 기사 제목만 봐서는 천하의 죽일 관리소장 놈이 아닐 수 없다.
기사 내용도 자극적인 제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40대 여성이 갇혔는데도 관리사무소장이 승강기 파손을 우려하며 구조를 막는 바람에 내부에 혼자 있던 여성이 실신하는 일이 벌어졌다.(연합뉴스) 피해자는 엘리베이터에 갇힌 지 45분이 지나서야 구출됐는데, 이 과정에서 결국 정신을 잃었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두통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조선일보) 119구조대원이 장비를 동원해 엘리베이터 문을 강제로 열려고 했지만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관리소장이 승강기 파손을 우려하며 수리기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라며 구조를 막았다.(경향신문) 그나마 동아일보만이 “구급대원은 문이 조금 열려 있어 내부 상황 파악이 가능했고 피해자와 이성적인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외관상 추락의 위험도 없는 것으로 파악해 관리소장의 요청에 따라 수리업체를 기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문이 파손되는 경우 재산권 침해 문제도 있고, 119의 경우 이러한 문제로 민사소송을 겪기도 해 관리소장의 말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고 해 비교적 냉정하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접근했다. 
사고 즉시 현장에 출동한 관리직원은 119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한 뼘 가량 열린 문을 통해 승객을 안심시키고 대화를 유도했다. 119구조대원은 “화재 등 긴급 상황이나 밀폐에 따른 불안감 등 위험 상황으로 판단하면 강제 개방을 하지만, 일상적인 상태로 보이면 관리주체의 동의를 얻어 개방을 한다. 당시 상황은 문이 한 뼘 정도 열린 상태로 승객의 상태는 불안감을 보이지 않았고, 마실 물을 건네받으며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해 강제 개방에 대한 관리주체의 동의 여부를 물었다”고 했다. 강제 개방 시 승강기 파손으로 119구조대가 구상권 청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19구조대의 판단과 관리소장의 판단은 다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유지보수업체가 도착하면 승강기 파손 없이 승객의 구조가 가능한 상황으로 본 것이다. 그 전에 승강기 파손 우려를 감수하고 강제개방을 시도할 것인지에 대해 119구조대는 관리주체의 동의를 물음으로써 그 뒷책임을 전가했다. 관리소장은 그 책임을 전가할 상대도 없으니 만약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 승강기라는 입주자들 공유재산에 피해를 입히는 셈이 된다. 이는 주택관리사 자격정지사유가 될 수 있고, 손해배상책임도 져야 한다.
언론이 사회문제에 대한 객관적 접근과 심층적 분석, 대안의 제시보다 관련자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보도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공동주택관리분야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현저하다. 어찌 모든 동대표, 모든 관리소장들이 도둑놈들이고 범법자뿐이겠는가? 엘리베이터 사고에 연루된 관리소장도 본의 아니게 전국적 인물이 됐다. 개인이 감당해야 할 비난과 불명예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
언론은 그저 쇼킹한 사건을 발굴해 대서특필해 독자들의 일시적 관심만 끌면 될 뿐 공동주택 관리문화와 제도가 개선되기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번 사고를 통해 언론에 하고픈 말이 있다. 도와주지는 못해도 방해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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