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트렌드 중 ‘선발대회’가 있다. 그중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다. 미스코리아는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완벽한 여성’이란 이미지로 유수한 가문의 명문대 재학생이 지원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었다. 특히 ‘진·선·미’에 뽑히면 국가대표 미인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건 물론이고 연예계에 진출하는 보증수표가 되기도 했다.
한때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생중계가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성의 상품화와 여성 외모에 대한 차별이란 이유로 공중파에선 찾아보기 어려워졌으니 시대정신의 변화가 새롭다.
오늘날 기억마저 희미한 ‘우량아 선발대회’라는 것도 있었다. 이 대회는 1920년대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 일본 아이들의 발육상태는 좋았으나 조선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대회였다.
삼시세끼 챙기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사회에서 건강한 모습은 곧 잘 먹어 살이 오른 몸집이었다. ‘우량아’에 대한 생각 역시 다르지 않아서 출전선수(?)들은 모두 통통함을 뛰어 넘는 아기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입상권에 들려면 또래보다 훨씬 살이 많아야 했다. ‘뽀얀 살색’은 기본 중의 기본, 짙은색 피부는 가난의 상징이었다.
결국 우량아 선발대회는 튼튼하고 건강한 아기를 뽑는 게 아니라 그저 과체중 뚱보아기들의 경연장이었을 뿐이다.
1996년 의료보험관리공단은 “전국의 40세 이상 남녀 3명 가운데 1명은 비만”이라고 발표했다. 그 중 남성의 비만율은 15.96%인 반면 여성은 43.02%나 됐다.
비만인구가 젊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비만율이 34.8%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도 역전돼서 40대 남성의 비만유병률이 49%나 됐고, 30대 남성 45.4%, 50대 남성 39.7% 등 ‘뚱보 아저씨’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경향은 고등학교 때부터의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이라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 새벽에 잠드는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은 편의점을 먹여 살리는 주요고객층이다. 학원이 밀집한 동네의 편의점에선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먹는 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영양은 별로 없고 열량만 높은 음식을 거의 매일 먹는다. 이런 습관은 사회에 진출해서도 이어진다.
아파트의 편리한 생활도 건강에는 좋지 않은 모양이다. 몇 년 전 일본에선 10층 이상 아파트에 사는 임산부의 유산율이 1~2층 임산부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공동주택의 오염물질이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훨씬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내놔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고층에 살수록 외출을 꺼려 운동량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다.
비만은 모든 성인병의 근원이고, 운동의 필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건 대단한 의지와 끈기를 필요로 한다.
청소년기부터 학원에 내몰리며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우다가, 성인이 되어서도 세계적인 장시간 노동 속에 잦은 음주와 기름진 안주로 속을 채우는 안타까운 비만민국. 거기에 아파트의 편한 삶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현대인의 역설.
전망 좋은 고층아파트에 살수록 안에만 갇혀 있어선 안 된다.
요즘 아파트 단지들엔 마음만 먹으면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운동시설이 잘 구비돼 있다.
운동은 하루를 짧게 하지만, 인생을 길게 해준다.(조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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