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41>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리스는 ‘빌리는 것’을, 랜탈은 ‘임대료’라는 뜻인데, 요즘은 리스는 ‘장기간 빌려 쓰는 것’을, 랜탈은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는 것’이라고 사용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지구를 사용하는 것은 리스고 중장비를 공사기간 동안만 빌리는 것은 랜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관리사무소장은 지금 근무하는 단지를 ‘리스’하고 있나요? 아니면 랜탈인가요.
1. 리스(Lease)적 사용
리스는 일정기간 특별한 조건하에서 쌍방 합의로 이용조건을 결정해 빌리는 것입니다. 개념적으로는 사람의 수명이 유한하니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리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영원히 살 수 있도록 창조하고 땅과 바다와 공중의 온갖 것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선악과를 먹음으로 죽음이 생겨 살아 있는 동안만 땅의 모든 것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됐으니 바로 리스의 시작이 아닐까요? 세상의 모든 것들은 한정된 동안만 사용하므로 다른 사람보다 우선사용권을 얻기 위해 가끔은 불법행위를 저지르기도 하고, 공부하고 자격증도 취득하며 취업을 하고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집과 옷과 먹을 것을 얻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이를 얻었어도 내 것은 아닙니다. 그저 내가 사용하는 동안 빌려 쓰는 것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주자는 소유권을 가진 동안만 입주자이며 사용자는 계약기간 동안만 리스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소위 입주민으로서 갑질을 하는 이상한 행동은 영원히 입주민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을 때 나타납니다.
2. 랜탈(Rental)적 사용
장기 랜탈은 리스와 별 차이가 없으므로 단기적 사용을 전제하면 랜탈은 아무 전제조건 없이 이용요금만 지불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나 제공자가 제시한 이용조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조금의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정해진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이용할 장소에서만 이용하며, 이용 후에는 이상 없이 반환해야 합니다. 리스는 혼자서 일정기간 사용하지만 랜탈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용질서를 지켜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요금을 주고 이용하는 동안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코인을 넣고 시간제로 사용하는 주차장의 사용시간을 넘기면 추가요금을 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불법주차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용을 방해했다는 것이지요.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예약부도(no-show)도 타인의 이용기회를 방해하는 행위로 처벌한다고 합니다. 잠시 빌려 쓸 때는 반납할 때 이상이 없어야 추가요금을 물지 않습니다.
3. 내 것은 없다. 잘 쓰고 반납하자.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갖고 있을 때까지입니다. 내게 허용된 기간까지만 내 것이고, 사용 후 소멸돼 다른 사람이 쓸 수 없으면 나만이 사용한 내 것이지만 공동주택에는 나만 사용하고 없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공동‘인 것이지요. 오늘 내가 주차한 자리는 내일은 다른 사람이 주차하고 내일이라도 이사하면 내가 사는 집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누구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끝나는 날이 언제라는 것을 모르니 지금 이 순간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착각에 빠져 행동하는 것입니다. 아들도 성장해 가정을 이루면 며느리와 나눠야 합니다. 배우자는 함께 사는 동안은 내 것이므로 우리 마누라 우리 남편이라고 하면 안 되고 둘이 함께 만든 아이는 우리 아이라고 해야지 내 아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현재 쓰고 있는 것, 나와 함께하고 있는 것, 지금 근무하고 있는 단지도 잘 쓰고 반납합시다. 내가 떠나면 누군가 또 사용해야 하니까요. 떠난 후 처벌받고 후임자에게 욕먹을 일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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