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49>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리니언시(Leniency)란 ‘관대’, ‘자비’라는 의미로서 공정거래법 제22조의 2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카르텔)에 대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담합을 최초로 자진신고 한 자에게 처벌을 면제하거나 경감시켜주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처벌은 명확한 증거에 의해야 하는데도 담합의 조사 능력을 키울 생각은 않고 리니언시를 활용하는 것이 공정한 경쟁시장 육성을 위해 과연 옳은 것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관리는 치열한 레드오션의 시장이다.
담합은 법률적으로 ‘부당 공동행위’, 경제학에서는 ‘카르텔(cartel)’이라고 하는데 동종 업체 간 경쟁을 하지 말자는 것이니 이를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경쟁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블루오션(Blue Ocean)은 적고 피 튀기는 치열한 경쟁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레드오션(red ocean)이 대부분이니 지금 조금 잘나간다고 해도 언제든 뒤쳐질 수 있습니다. 100년 기업인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 시류를 읽지 못해 몰락하고, LP음반은 CD에 밀려나고 그마저도 인터넷에서 빌려 듣는 시대로 변하고 있습니다. 전화만 가능했던 1973년 모토로라의 휴대전화는 40년 만에 컴퓨터, 전화기, 카메라, 녹음기, 비디오카메라 등을 장착한 스마트폰으로 대체됐으며, 스마트폰도 2년마다 새로운 기능을 선보이는 경쟁을 하니 3년을 버티는 블루오션은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이 됐습니다. 관리업무 분야도 법이 무자격자의 진입을 막고 있지만 단지의 증가가 자격자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극심한 취업경쟁의 레드오션 영역이니 주택관리업자도, 관리소장도 엄청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2. 리니언시가 아니라 명백한 증거로 처벌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선점자들 간에 경쟁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관리회사들은 관리권을 지키기 위해 담합을 시도하고, 자치관리 관리소장은 다른 자치관리 단지로 옮기기가 거의 불가능하니 입주자대표회의에 아첨하며 영합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담합은 소수의 당사자끼리 비밀리에 하므로 증거를 잡기 힘들어 먼저 자백하는 자에게 처벌을 면해주는 리니언시 제도를 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보완하고 있는 것이지만 담합을 주도한 대기업은 처벌을 면하고 하위업체만 과징금 폭탄을 맞고 도산하면 결과적으로 경쟁 환경은 더욱 취약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먼저 조사받는 기업이 우선적으로 리니언시를 받는데 대부분 큰 기업을 먼저 조사하니 왜 주범에게 우선 면제기회를 주느냐는 공정성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심증은 있어도 물증이 없으면 증거 불충분으로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하는데 리니언시 때문에 누군가 먼저 자백하면 나만 당한다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서로 먼저 자백하려고 한다는 것이지요.

3. 담합을 주도한 회사가 리니언시를 받으면?
2011년 주요 리니언시 사례를 보면 GS칼텍스는 주유소 관리담합을 자백해 1,772억원을, 교보생명은 이자율 담합 자백으로 1,324억원을, 삼성전자는 LCD 가격담합 자백으로 961억원을 감면받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대형마트의 1+1 행사 중단을 합의한 것도 시정명령을 받았는데, 주택관리업자의 입찰가격은 현재 ㎡당 평균 6원인 위탁수수료뿐이니 대기업의 담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음에도 마치 온갖 부정의 온상인 양 집중적인 확대보도를 하고 있으며, 사업자 선정지침은 과징금을 받은 주택관리업체는 6개월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많은 단지를 관리하는 회사는 담합을 부탁하고서도 리니언시로 처벌을 면하고 협력해 준 회사는 입찰에도 참여하지 못한다면 그들끼리 뭉쳐서 배신자를 응징이라도 해야 하나요? 담합을 주도하고서도 먼저 자백해 처벌을 면하려는 모습은 볼썽사납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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