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부채질하는 제도 이대로 둘 건가 윤후덕 의원 등 장기수선 개정 목소리 잇따라

장기수선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기수선제도는 ‘장기수선계획’과 ‘장기수선충당금’ 두 분야로 나뉜다.
관리사무소장 경력 10년차인 주택관리사 A씨는 얼마 전 신규 입주단지로 부임했다. 시행사와 건설사로부터 설계도면을 비롯한 각종 서류를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국내 굴지의 1군 톱브랜드 건설사 현장사무소장으로부터 뜻하지 않게 솔직한 고백(?)을 듣게 됐다.
A소장이 장기수선계획서가 너무 부실하다고 지적하자, 건설사 소장은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만 20년 넘게 일해 왔지만, 장기수선계획서 만드는 일은 너무 어렵다”며 “건축전문가인 나도 전기, 설비, 승강기 등은 자세히 알지 못해 각 파트책임자로부터 서류를 받아 취합하는데,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혼자서 어떻게 이 많은 분야의 공사주기와 적산을 계산하느냐”고 되물었다.
이 대화 속에 현재의 장기수선제도가 안고 있는 원천적 문제가 들어 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별표 1엔 ▲건물 외부 ▲건물 내부 ▲전기·소화·승강기 및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급수·가스·배수 및 환기설비 ▲난방 및 급탕설비 ▲옥외 부대시설 및 옥외 복리시설 등 6개 분야에 73개 항목에 대한 공사종별 수선방법과 수선주기 및 수선율이 규정돼 있다.
제 아무리 박학다식한 만물박사라 해도 이 모든 분야를 정확히 알고 공사비용까지 산출해 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장기수선은 신의 영역”이란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 제2항엔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검토, 조정하고 이에 따라 주요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해야 하며, 제3항엔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3년이 경과하기 전’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세입자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대도시나 신도시일수록 집주인의 거주비율이 절반 이하인 아파트가 허다하다. 게다가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중시하는 풍조로 인해 집주인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장기수선계획을 변경하려면 집주인을 찾아 헤맨다. 이 과정에 공사가 지연되거나 의도치 않은 불법이 저질러지기도 한다.
또한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장충금 자체를 지나치게 적게 적립하고 있다. 나중에 쓸 돈을 미리 내고 싶지 않다는 이기심이 입주자뿐 아니라 동대표들 기저에도 깔려 있다 보니 장충금을 낮게 산정하고 있다. 제대로 만들어진 계획서에 따라 장충금을 적립하려면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장충금을 걷어 적립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장충금을 하자진단, 하자감정 및 분쟁조정 등의 비용으로 사용하려면 전체 소유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도록 돼 있어 적기에 시행사와 시공사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윤후덕 의원이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개정안을 내놨다. 하자로 인한 주민 불편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입대의 3분의 2 찬성으로 하자진단 및 하자감정 등의 비용으로 장충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또 하자보수보증금 관련 법적 근거의 명확성 및 실효성 확보를 위해 법률로 상향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관리현장에선 윤 의원의 개정안을 환영하면서 지금이야말로 장기수선제도의 목적과 시행방안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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