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이 낳은 장기수선제도부터 바로잡아야

3,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인 서울 노원구의 A아파트는 지난해 두 번의 실태조사를 받았다. 노원구에 이어 서울시로부터 기획조사를 받은 것. 그 결과 지난해 10월경 입주자대표회의는 140만원, 주택관리업자는 300만원의 과태료를, 최근에는 전·현 주택관리업자가 각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지난해 10월경 부과된 과태료의 쟁점은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하지 않고 공사를 시행했다는 것. 하지만 A아파트가 시행한 공사는 장기수선계획상 이미 수선시기가 지나 노후화한 부품으로 인해 입주민의 안전사고가 우려됐던 상황.  
관할관청은 A아파트가 2017년 2월에 의결한 ‘승강기 노후부품 교체공사’가 아파트 장기수선계획 정기 조정주기(2014년 8월)로부터 3년(2017년 8월)이 경과하기 전이어서 전체 입주자 과반수 서면동의를 받아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한 후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계획서를 작성해 교체공사를 시행했어야 했다며 과태료를 부과했다. 
2016년 6월경 수시 조정된 A아파트 장기수선계획에 의하면 ‘승강기 노후부품 교체공사’의 최종 수선연도는 2014년, 수선주기는 5년으로 시행시기는 2019년이며, ‘상수도 노후배관 교체공사’의 경우 최종 수선연도는 2005년이고 수선주기는 15년으로 시행시기가 2020년으로 계획돼 있다. 이를 두고 관할관청은 “장기수선계획 조정을 거치지 않고 임의로 승강기 노후부품 교체공사를 시행했고 상수도 노후배관 교체공사를 위한 설계 감리 용역업체를 선정, 계약을 체결했다”며 과태료 부과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B씨는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B소장은 2016년 10월경 관리주체가 변경되면서 11월경부터 새롭게 근무했으며, A아파트는 B소장이 근무하기 훨씬 이전인 2014년 장기수선계획에 의해 해야 할 승강기 주요부품 교체공사를 하지 않아 2016년 말경 안전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관할관청이 2014년에 실질적으로 공사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살피지도 않은 채 단순히 2014년을 기준으로 5년 뒤인 2019년에 해야 할 공사를 2017년에 시행하면서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부과했다며 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A아파트는 급수배관교체공사 또한 이미 2005년에 전면교체가 이뤄져야 했지만 이 역시 당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소장은 “관할관청의 판단은 장기수선계획의 입법취지와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 제3항을 잘못 해석한 오류”라며 “전체 입주자 과반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중요시설을 신설하는 등 관리여건상 필요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 단순히 장기수선계획상의 수선시기가 경과한 경우까지 받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기수선계획의 입법취지와 입주민의 안전을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7년 1월경 승강기 전문관리업체로부터 승강기 부품의 노후화로 인해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승강기 노후부품교체를 미리 한 후 몇 개월 후 도래하는 장기수선계획 검토주기인 2017년 7~8월에 장기수선계획에 반영키로 입대의가 의결한 것이라며 단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관할관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더욱이 이 아파트는 승강기 노후부품교체공사와 관련해 관할관청으로부터 공동주택 전문가 자문까지 받고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B소장은 관할관청의 논리대로라면 장기수선계획상 수선주기가 이미 경과한 승강기 노후부품교체와 관련해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지 못하면 교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인데 ‘입주민 안전사고라도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발했다. 이와 함께 종전의 자료에 의하면 서면동의를 해준 입주민이 입주자인지 여부(등기부등본, 가족관계등록부 등)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도 서면동의를 받는 데만 3개월 이상이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며 동의 과정에 대한 어려움도 호소했다. 
지난 3월에는 서울시의 기획조사 결과에 따라 ‘회계서류의 작성 및 보관·공개, 계약서의 공개 위반’ 즉, 장기수선충당금의 지출과 관련한 계약서를 미보관하고 미공개했다는 이유로 전·현 주택관리업자가 과태료 200만원을 각 부과받았고 이를 입주민들에게 공개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실태조사 범위는 2016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2년간으로, A아파트 관리주체는 2016년 10월경 변경됐고, 문제가 된 부분은 전임 관리주체가 관리하는 기간 동안에 발생한 것이 대부분. B소장은 “관리주체가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처분이 종전의 주택관리업자와 구분 표기되지 않아 이를 그대로 입주민에 공개할 경우 종전의 관리주체가 잘못한 부분까지 현재의 관리주체가 잘못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경정을 요구했다.  
아울러 “기 처분 과태료 부분에 대한 내용은 처분 당시 이미 입주민에게 공개한 바 있어 중복공개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당시 과태료 부과처분은 이의 제기에 따라 효력이 상실됐고, 현재 법원에 재판이 계류 중”이라며 이를 바로잡아달라고 관할관청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끝으로 B소장은 장기수선계획상 수선주기가 이미 도과한 경우에 대해서는 이후에 입주자 과반수 동의를 별도로 받지 않도록 예외규정을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으며, 장기수선계획 정기 조정주기 ‘3년’을 개선해 매년 예산 수립 시 장기수선계획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동주택 관리현장의 실상을 고려한 제도개선을 정부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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