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오지마을을 찾아서

 

▲ 구불구불 숲길로 연결된 대청호 오지마을 가는 길

해가 지면 별이 뜨고 쏙독새 울음소리 이무기의 전설로 대청호 숲 그늘에 묻히다

금강은 전라북도 장수군(長水郡) 장수읍(長水邑)에서 발원해 서해의 군산만(群山灣)으로 유입하는 한국 6대 하천의 하나로 충청북도, 충청남도에서 대청호를 만들고 공주·부여의 백제의 고도(古都)를 지나며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의 도계를 이루며 서해로 흘러들어간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는 금강은 공주에 이르러서는 웅진강, 부여에서는 백마강, 하류에서는 고성진강(古城津江) 등으로 불린다.

▲ 10여 가구가 사는 장고개 마을 / 산비탈의 연포창과 대청호의 풍경

인가 없는 산길의 도로를 따라 대청호의 물과 산에 막힌 오지로 간다. 구불구불 우거진 나뭇잎 우거진 숲길에 든다. 온갖 새들의 울음소리 푸른 호반길에 메아리로 들리는 숲길이다. 그나마 구불구불 산중으로 가는 길이 없었다면 예전처럼 배를 타고 다녔을 터다. 대청호가 생기고 금강변의 마을들은 수몰됐고 그나마 수몰되지 않은 위쪽 마을들은 작은 동네를 이뤘다. 
구름이 은둔한다는 은운리 가는 길에서 좌측 언덕배기를 오르면 화골 삼거리다. 막지리와 용호리 이정표가 있고 장수사 푯말에서 왼쪽길 막지리마을(옥천군 군복면)로 향한다. 차량 한 대 겨우 통과할 산길을 따라 2㎞가량 내려가면 막지리에 이른다. 막지리는 대청호 수몰 마을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곳이다. 조선시대 문신인 우암 송시열이 이곳을 지나다가 보리가 많다고 해서 맥계(麥溪)라고 부르던 것이 ‘맥기’로 불려오다가 마을이름을 한자화하면서 ‘막지(莫只)’가 됐다. 한때 120여 가구가 살았지만 마을과 농토가 수몰되면서 지금은 다 떠나고 막지마을에 20가구 장고개에 10여 가구가 남아 있는 오지마을이다. 
막지선착장 건너 멀리 옥천으로 가는 소정리의 도로가 숲길 사이로 희미하게 보인다. 산과 계곡의 다랭이논과 아담하게 들어선 마을. 작은 주차장도 있고 선착장으로 가는 도로도 잘 정비돼 오지의 마을치고는 정갈한 느낌이다. 

 

산 굽이굽이 물 들망나망 막지의 막집 몸 분주해도 맘 한유롭다.
하늘 靑 별 총 산수 淸 초 록 막지의 막집 개 하품하고 닭 알 품었다.

 

▲ 수몰된 막지마을에서 다시 장고개로 터를 옮겨온 팔순 노모의 강낭콩 텃밭


막지리 골목 어느 집 대문 앞. 20년 전 무명 시인의 ‘막지의 막집’이라는 시비는 골목 어귀 느티나무를 스치는 5월의 대청호 바람에 여유롭고 막다른 길에 또 다른 길을 안내하듯 선착장의 배들은 임자 없이 한가하다. 걷기를 선택했다면 선착장에서 맞은 편 진걸마을로 가는 배를 타고 건너 진걸마을에서 청풍정을 거쳐 걸어 나가도 좋다. 여의치 않으면 다시 화골 삼거리로 올라오는 대청호 오백리 14-1 구간 왕복 5㎞의 여유로움을 뒤로하고 장고개 마을로 향한다.
장고개 마을은 화골 삼거리에서 용천사 푯말을 따라 좁은 길을 따라가면 산비탈길에 10여 가구로 이뤄진 마을이다. 아직도 양철과 슬레이트지붕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마을 어귀에는 예전 담배를 말리고 쌓아두던 연포창이 남아 있어 수몰 전의 농사량을 짐작케 한다. 얼마 전까지 연포창에 장작을 때고 그곳에서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이 있다. 막지리로 시집와서 수몰된 마을에서 다시 장고개에 터를 잡은 여든 살 할머니의 강낭콩 밭에는 물길이 스며들어 올 듯 산비탈 텃밭이 물가에 가깝다. 숲길 덤불 사이로는 새의 울음소리 가득하다. 대청호의 바람 또한 물과 산의 푸름을 담아 청량하다.  

막지리 선착장 빈배
시인들을 가득 태우고 대청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용천사 절로 들어오신다
龍天寺는 밤낮없이 꽃이 피었다
시인들은 꽃물에 들어오고 감을 모르고
다시 돌아가는 배를 잊었다


정원 넘어 대청호가 수평선처럼 보이는 용천사 담벼락에는 용천사주지 원광스님의 시구절이 족자에 걸려 대청호반 오지에 나룻배로 드나들던 시인들의 이야기를 기억으로 잡아두듯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새벽의 뽕잎 갉는 소리. 금강경 외우는 소리 속눈썹 떳다 감았다 가랑비 소리가 난다’는 용천사의 이른 새벽 정경이 오지의 풍경으로 그려지는 된 비알의 마을을 뒤로하고 언덕에 오르면 대청호의 풍광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화골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려 용호리마을로 향한다. 숲으로 가는 길은 나무가 우거진 임도길이다. 때론 깎아지른 길 위에서 대청호의 풍경도 보며 깊은 산 숲에서 새소리에 취하기도 한다.

▲ 지금은 구불구불한 산길이 막지리와 연결됐지만 한때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막지선착장과 배

 
드문드문 야생화와 눈 맞춤하며 걸어보는 대청호 오백리길 용호수길14-2구간은 약 4㎞의 임도길을 따라 호수에 용이 살았다는 전설을 가진 용호리 마을로 휘둘러 가는 길이다. 
계곡의 서너 집 지붕이 발밑으로 보이고 다시 약 2㎞ 정도 풀과 흙길이 어우러진 소롯길을 걸어가면 진걸반도가 보이는 끝 지점으로 갈 수 있다. 뺑 둘러 있는 대청호와 산세를 바람과 함께 감상하는 길이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막다른 길. 잠시 나무 사이로 둘러가는 대청호의 바람이 숲길의 풀잎들을 스치며 지나간다. 해거름 무렵 돌아 올라가는 길에 새소리는 경쾌하고 굽이굽이 숲과 어우러진 호수가 어둠에 젖는다. 
물길과 산길이 만들어 낸 대청호의 산 깊은 곳에 위치한 오지마을들은 대전·천안의 상수원인 대청호의 개발제한구역으로 세월이 멈춘 마을이 됐다. 은운리부터 비포장도로로 구불구불 이어진 분저리까지 15구간 구름 고갯길도 넉넉하고 자연 풍광에 맡겨 볼 코스다. 그밖에 옥천 환평약초생태마을과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 대청호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현암사에 올라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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