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동대표 임기제한 완화, 무엇이 문제인가…<1> 임기제한은 비리근절의 최후 보루

 

국토교통부는 최근 50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 단지에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중임제한 완화규정을 모든 공동주택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해야 하는 모든 공동주택에서 동대표 선출 시 2회의 선출공고에도 동대표 후보자가 없는 선거구의 경우 동대표를 중임한 사람도 선출공고를 거쳐 다시 동대표로 선출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대표 중임제한은 동대표의 준 직업화와 그에 따른 비리 등이 지속적으로 이슈화되자 이에 대한 비리근절을 위해 지난 2010년 7월 6일 도입됐다. 이에 따라 현재 동대표는 임기는 2년으로 하되 한 번만 중임할 수 있으며 단지 안에서 2년 2회씩 최대 4년 동안 동대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입주자의 관심이 적어 새로운 동대표 선출이 어렵고 전문성이 단절돼 입대의의 구성 및 정상적 운영이 어려워 입주자의 피해로 나타난다는 민원이 증가하자 국토부는 지난 2015년 12월 중임제한을 유지하되, 500가구 미만 공동주택에서 2회 넘게 선출공고에도 후보자가 없을 경우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으면 중임제한을 풀 수 있도록 구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이처럼 500가구 미만 중임제한 완화에 이어 이번 개정안에서는 가구수와 관계없이 모든 공동주택에 대해 중임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공동주택 관리현장에 큰 혼란과 함께 동대표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 동대표의 준 직업화와 장기 재임이 비리 발생의 한 요인이라는 것은 이미 경찰 수사를 통해 오래전부터 밝혀져 왔다.
지난 2013년과 2015년 경찰청은 아파트 관리 비리 특별단속을 대대적으로 벌인 바 있다. 2013년 특별단속에서 아파트 관리 비리로 입주자대표 등 581명이 입건되고 이 중 5명이 구속됐으며 이들이 횡령 또는 금품 수수한 금액은 총 64억원에 달했다. 특히 관리 비리 입건자 중에는 공사업체 선정 등 권한이 집중돼 있는 입대의 회장과 동대표가 237명으로 가장 많았고 관련업자도 139명으로 뒤를 이었다.
당시 경찰청은 수사결과 ‘입대의의 막강한 권한’을 아파트 관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으며 “이 같은 비리는 입대의가 관리비 집행 승인, 각종 공사업체 선정 등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어 입대의와 관련 공사업체 사이에 금품수수 등 부패 고리 생성이 용이하기 때문”이라며 “입대의 회장과 동대표의 장기간 재임을 방지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인천 경찰청 역시 지난 2013년 6월부터 5개월 간 진행한 아파트 관리비리 특별단속을 통해 입주자대표 90명을 적발, 이 중 상당수는 입주자 대표의 장기재임과 수의계약 남발 등이 비리 발생 요인이라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처럼 동대표 중임제한은 공동주택 관리 운영상 나타난 비효율적인 관행을 없애고 동대표자의 연임에 따른 관리 부정과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는데 기여해왔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공동주택 동대표를 한 번만 중임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구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8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고 동대표 중임제한에 따른 그동안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헌법재판소는 “심판 대상 조항은 동대표의 임기 장기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비리 및 업무 경직 등의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며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이외에도 최근 서울고법은 부적격자를 동대표로 의결토록 한 선거관리규정은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기존 입대의와 반대성향을 가진 입주자의 동대표 진출에 대한 어려움을 지적하고 “이러한 불합리는 결국 중임을 1회에 한해 가능토록 정한 규정의 취지를 잠탈하는 효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이 동대표의 중임 횟수를 1회로 제한하는 규정을 둔 것은 동대표의 장기적인 직무수행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업무수행의 경직이나 충실의무 해태,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한 각종 비리, 입주자 간의 분열과 반목 등의 부작용을 방지함과 아울러, 다수의 입주자들에게 공동주택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폭넓게 보장함으로써 입대의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입대의의 적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처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나 법원의 중임제한과 관련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동주택의 중임제한 완화에 대한 공동주택 관리현장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경기도 수원 소재 모 아파트 입주민은 “우리 단지는 2,000가구의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입대의가 구성되지 않아 그 이유를 살펴보니 기존의 동대표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동대표 선출공고 등 알림에 비협조적이어서 입주민들 대다수가 동대표 선출조차 모르고 있었다”면서 “동대표 중임제한이 완화된다면 이처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득권 세력들이 더욱더 날뛰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국토부가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서울의 모 아파트 입주민은 “현재 50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는데 중임제한 완화를 빌미로 벌써부터 평생 동대표를 꿈꾸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모든 공동주택으로 중임제한이 완화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소위 직업 동대표라 불리는 자들도 서서히 발붙일 곳을 잃어가는 이 시점에서 동대표 중임제한 완화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라며 “장기집권 세력을 막기 위한 초기 도입 취지대로 중임제한을 두되 입주민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방안과 홍보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소장들 역시 “아직도 동대표자 선출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임제한을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동대표를 연임하면서 관리소장의 업무에 부당하게 간섭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갑질이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 충분한 제도적 보완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동대표 중임제한만을 완화할 경우 이 같은 행위는 전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대한주택관리사협회(회장 황장전)는 동대표 중임제한 완화와 관련해 무기한적 중임은 관리비리 행위를 조장할 수 있으며, 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지위를 유지하고자 할 경우 출마를 하고자 하는 입주민과의 의견충돌 등으로 건전한 공동체 생활문화를 붕괴시키는 분열과 반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공동주택 관리직원에 대한 고용안정이 보장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중임제한이 폐지된다면 관리주체의 집행권 침해 등으로 결국 관리업무에 대한 부당간섭 및 갑질 현상이 발생해 안정적인 공동주택 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동대표 중임제한 완화는 동대표자의 관리 비리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관리사무소장 업무에 대한 부당간섭 배제조항의 실효성 확보, 갑질 행위 방지 등에 대한 보완책이 충분히 마련된 후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임제한으로 동대표 선출이 어려워 입대의 구성이 안 되거나 의결정족수에 미달해 정상적 운영이 곤란한 경우를 대비하고 동대표 미선출로 인한 입주자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임제한을 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oyr@hapt.co.kr/온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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