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뜬눈으로 보내고 낮에는 토끼잠만 자다가
흐린 날이면 커피를 연달아 마시면서 뱃길만 살핀다
편서풍 편에 안부를 전하다가
넋이 빠진 날은 남풍에 북태평양 소식을 묻는다  

3년이 지나도록 명태만 쫓고 있는지
가지런한 이빨을 보이며 웃는 
까아만 얼굴이 돌아오지 않는다
홀어머니는 시집가라 난리인데
높이 날던 갈매기도 돌아오는 배도 
베링해 소식에는 입을 다문다

잔물결 출렁이면 
그리움이 잉걸불 되어 바다가 뜨겁고
큰 물결 밀려들면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가슴앓이에 바다가 뜨거위
견디다 견디다 저 바다 무엇이 될까
등대는 태초의 혼돈에 빠졌다

금빛 나비 가득 날던 날 
윗마을 동이가 북양으로 간 뒤
홀로 서서 먼바다만 보는 등대에 
순이의 마음만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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