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난데없이 ‘온라인’이 관리현장에 화제다. 현재와 같은 개념의 온라인이란 말이 쓰인 건 30년쯤 될 것이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역사도 그쯤이니까. 인터넷 안에서 일어나는 건 ‘온라인’상의 일이고 그밖은 ‘오프라인’이라 칭하니,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도 든다.
사람들은 노량진하면 ‘생선’과 ‘학원’을 떠올린다. 가장 큰 수산물 유통시장이 있고, 또 대표적인 학원밀집지역이기도 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청춘을 수험서에 묻고 미래를 기약하며 사투를 벌이는 곳이 노량진이다.
고시원에 기거하며 강의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새벽 4시부터 학원 문 앞에 줄을 선다. 눈비가 내려도, 강풍이 불거나 미세먼지가 자욱한 날에도 행렬은 장엄하고 굳건하다.
요즘은 온라인 강의가 잘 돼 있어 안락한 방, 그윽한 커피향 속에 깨끗한 공기 마시며 편히 공부할 수도 있건만, 왜 굳이 그런 고생을 사서 하는 걸까.
노량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사교육 일번지는 강남이다. 강남 집값이 하늘로 치솟는 이유는 내로라하는 학원들이 모두 그 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곳에 넓고 큰 집을 갖고 있으면서 아이 학원 때문에 강남에 월세 사는 사람들 얘긴 뉴스거리도 안 된다.
온라인엔 청담동 학원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저렴한 강좌가 넘쳐난다. 최남단 마라도부터 최북단 백령도까지, 강원도 두메산골에서도 인터넷만 연결하면 ‘일타강사’의 수준 높은 강의를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노량진과 강남 ‘오프라인’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일까.
얼마 전 KBS뉴스에서 관리사무소장의 교육과 협회비로 연간 100억원대의 관리비가 횡령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프라인 수강료가 온라인에 비해 5배나 비싸단다. 당연한 얘길 꽤 심각하게 꺼냈다.
온라인 1,200원, 오프라인 91,000원. 76배 차이. 세계적으로 흥행한 뮤지컬 맘마미아1편의 관람가다. 지중해의 작고 아름다운 섬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메릴스트립, 피어스브로스넌, 콜린퍼스, 아만다사이프리드 등 당대의 명배우들이 출연해 그리스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등을 오가며 촬영한 로맨틱코미디 블록버스터다. 지금 온라인으로 1,200원만 결제하면 바로 볼 수 있다. 5,000원을 내면 평생소장해서 수 백 번을 돌려보고 자손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
런던의 한 극장에서 장기공연 중인 뮤지컬 연극 맘마미아는 우리 돈으로 9만1,000원을 내야 한다.(그것도 할인가다!) 실제로 이 연극을 보기 위해 한국에서 영국까지 날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비행기 삯과 숙식비 등을 계산하면 배보다 배꼽이 수 백 배는 더 커진다.
모 음악사이트에 들어가면 기본료 100원에 한 곡당 10원씩 내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얼마든지 감상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행해지는 콘서트에 입장하려면 얼굴도 보이지 않는 먼 자리에서 구경해도 10만원은 지불해야 한다.
온라인보다 훨씬 더 불편하고 고생스러운 오프라인 공연을 보기 위해 수 백 배의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에게 미쳤다고 손가락질 할 수 있는가.
한 두 시간의 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강사는 수 십 배의 시간을 공들인다. 거기에 교육장을 빌려야 하고, 각종 장비와 진행을 돕는 스태프도 있다.
강사와 함께 호흡하며 공부하기 위해 밤잠 줄여 줄서는 수험생, 오로지 아이 학원 때문에 집까지 옮기는 학부모. 온라인의 편의성과 가성비만 따진다면 이들을 설명할 방법은 전혀 없다.
진짜는 오프라인이다.
근데 그 기자는 연수나 교육에 자비로 참석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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