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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기사승인 [1108호] 2019.01.28  12: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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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특집] 갑질 없는 세상 향하여 ④

▲ 법률지원에 나선 대주관 채희범 인천시회장(왼쪽)과 임한수 권익법제국장

#그들은 예상보다 강건했다.
폭력사건 이후 해가 바뀌었다. 사건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독자 문의가 여럿 접수됐다. 소송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지금도 탈 없이 근무하고 있는지, 다른 형태의 보복이나 앙갚음은 없었는지…. 기자도 궁금했다.

#폭력 영상에 국민적 분노…실형
지난해 3월 한 영상이 방송을 타면서 국민적 충격을 안겼다.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에서 외부공사 문제로 민원을 제기한 입주민이 다시 불만을 쏟아내다 관리사무소장과 관리과장을 때리는 장면이 CCTV에 잡힌 것이다. 여성 소장의 머리칼이 헝클어지고 과장은 수차례 가격당하면서도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장면은 대한민국 아파트 관리현장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아픈 상징으로 남았다. 
이로 인해 가해자는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4개월 후 출소한 입주민은 한동안 전화로만 민원을 제기하다가 지금은 잠잠한 상태다. 소장과 과장은 더욱 열심히 일하고 있다.

#소송이 나의 가치관을 바꿨다
그로부터 3개월여 만에 또다시 여성 소장이 입주민 2명으로부터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등굣길 중학생이 멈춰선 승강기에 갇히자 어머니와 할머니가 합세해 출근시간도 전에 달려온 소장의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차며, 머리채를 잡았다. 입주민과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당한 소장은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공황에 빠진 소장은 소송을 결심했고, 이후 가해자 중 한 명만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 3주간 입원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소장의 치료비는 300여 만원. 폭력사건이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다. 급여도 일부 받지 못했다.
가까스로 출근을 결심한 그는 한동안 출근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가슴이 뛰고, 식은땀이 흐르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는 중에도 극심한 중압감 때문에 약을 삼켰다. 밤잠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검찰 앞에서 “치료비를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합의를 거부하는 가해자를 보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 혼자 끙끙 앓아봤자 저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끝내 바보가 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다른 입주민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당당해지기로 결심했다”며 “소송이 내 가치관을 바꿔줬다”고 말한다. 그는 두 번째 소송을 준비 중이다.

#끝장 투쟁, 부당해고까지 승소
폭염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여름 강원도에서도 소장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문제는 층간누수였는데, 누수가 일어난 윗집엔 세입자가 살았고, 집주인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공용부분이 아닌 곳에 관리비를 지출할 수 없었던 소장이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아래층 입주민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소장을 때리고 쇠막대기로 위협했다. “때리고도 당당한 입주민을 보며 인격적으로 모욕당해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는 소장은 소송을 걸었고, 가해자는 벌금형에 처해졌다.
이후 부당해고를 당한 소장은 노동부에 제소해 승소했고, 보상합의 후 자리를 옮겼다.

벽두에 터진 또 다른 폭력
연이은 관리사무소장과 경비원 등에 대한 욕설과 구타, 사망을 접하며 관리현장의 폭력은 더 이상 안 된다고 호소하지만, 새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인천 모 아파트에서 용역업체 선정과 외부공사 등에 불만을 품은 주민대표가 수차례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고, 뜨거운 차를 얼굴에 뿌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대한주택관리사협회(회장 황장전)가 나섰다. 채희범 인천시회장의 요청으로 임한수 권익법제국장과 명관호 변호사가 출동해 법절차를 도왔다.
임한수 국장은 “이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전한다. “협회에 도움을 청한 현장관리자들은 훨씬 더 많았지만, 막상 소송단계에 이르면 대부분 포기하고 만다”는 것이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만난 소장들은 처음보다 강해져 있었다. 그들은 말한다.
“나를 강하게 만든 건 ‘불의에 대항한 투쟁’이었다”고.

 

끝나지 않은 고통, 한 입주민의 끊임없는 ‘갑질’


서울 상암동에 소재한 모 아파트(184가구)는 2011년부터 시작된 한 입주민의 끊임없는 악성민원과 갑질로 관리업무가 마비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부임한 A소장(여)은 최근까지도 이 입주민의 지속적인 악성민원과 무리한 자료 요구,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모욕적인 발언 등으로 고통받으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A소장을 상대로 시작된 끊임없는 고소·고발은 10여 차례 이상으로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에 2011년부터 시작된 관리사무소에서의 난동 및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폭언 등을 일삼자 A소장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약 2,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B씨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관리소장뿐만 아니라 관리직원과 입주민들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도 난무해 입주민들과의 마찰도 잦은 상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장을 비롯한 관리직원들의 스트레스도 극에 달해 관리업무 마비는 물론 이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입주민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서울시회(시회장 하원선)와 서울시회 권익위원회는 지난 24일 이 아파트를 찾아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속적으로 A소장을 돕고 있는 서울시회와 권익위원회는 더 이상의 갑질로 인한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 A소장과 함께 입주민 총회 및 민·형사 소송 등 지원을 통해 이 고통이 끝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하원선 서울시회장은 “지난해에도 아파트를 찾아 A소장의 고충을 듣고 지원을 해왔는데 이제는 입주민들에게까지 피해가 가고 있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A소장은 “지난해에는 B씨가 각 가구의 우편함을 뒤지고 주차된 차량에서 입주민들의 개인정보를 확인해 노트에 기록하는 것이 목격돼 경찰이 출동하는 등 입주민들의 개인정보 유출까지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끊임없는 고소·고발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지만 끝까지 싸울 생각”이라고 밝히며 지금까지 견딜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내주고 있는 입주민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이경석 편집국장, 온영란 기자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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