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장기수선충당금을 장기수선계획 수립 및 조정절차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임의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충북 청주시 소재 모 아파트 전 관리사무소장 A씨와 입주자대표회의 전 회장 B씨(이하 피고인들)가 최근 업무상횡령죄로 기소돼 청주지방법원 형사4단독(판사 김룡)으로부터 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02년 7월부터 2016년 7월 말까지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했으며, B씨는 2006년 6월경부터 2016년 9월경까지 입대의 회장을 맡은 바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2008년 1월경 아파트 수도 입상관 교체공사를 하면서 장기수선계획 없이 아파트 장충금 200만원을 공사비용으로 사용한 것을 비롯해 2016년 4월경까지 총 175회에 걸쳐 장기수선계획 없이 장충금 합계 약 4억4,000만원을 임의로 다른 용도에 사용했다.
또한 아파트 관리규약에 의하면 ‘관리 외 수입’은 예비비로 적립하는 경우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회계연도 종료 후 장충금으로 적립해야 함에도 이들은 2008년 4월경 이를 위반해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는데 ‘관리 외 수입’ 약 22만원을 사용한 것을 비롯해 2016년 6월경까지 총 98회에 걸쳐 ‘관리 외 수입’ 합계 약 8,000만원을 관리규약을 위반해 다른 용도로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집행한 돈은 대부분 아파트 입대의 사전의결을 거쳤을 뿐 아니라 관련법령의 ‘장기수선계획 수립기준’에 해당하는 용도대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면서 “횡령의 범의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관계법령 및 아파트 관리규약 등을 종합하면 장충금은 ‘공동주택의 공용부분 중 주요 시설의 수선공사’라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관리비, 사용료, 잡수입 등과 구분해 별도로 징수・적립・관리하고, 용도 및 사용방법도 장기수선계획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공동주택의 주요 부분에 대한 유지・보수공사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장기수선계획의 수립 및 조정, 입대의 의결 등 관련 법령과 관리규약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자금이 집행되도록 지출용도뿐만 아니라 지출절차와 시기까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서는 ‘관리외 수입’에 대해 관리비 예산 총액의 100분의 2 범위에서 예비비로 적립하는 경우 이외에는 장충금으로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예비비로 적립되지 않은 관리 외 수입 역시 장충금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늦어도 2010년경 장기수선계획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장기수선계획 수립 등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했으며 장기수선계획서 작성을 시도하기도 했고, 피고인들이 그만 둔 이후인 2017년부터는 장충금 사용계획서에 따라 주요 시설 교체 및 보수공사가 진행된 것에 비춰보면 관련법령 등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장충금을 사용하는 것이 크게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고인들은 관리비 상승을 우려해 장기수선계획 없이 그때그때 수선이 필요한 경우 입대의 의결을 거쳐 장충금을 사용하게 됐다고 주장하나 구 주택법 시행규칙에서 별표5의 장기수선계획 수립기준을 둠으로써 건물 내외부의 주요 시설에 대해 ‘공사종별’이나 ‘수선방법’, ‘수선주기’, ‘수선율’까지 엄격히 규율해뒀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자금을 집행하거나 시설공사를 시행할 경우 공동주택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관리라는 관련법령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사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일부가 별표5의 기준에 부합하는 용도에 사용됐다거나 자금 사용 전에 입대의 의결을 얻었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법원은 피해액이 5억원을 넘을 정도로 크나 피고인들이 입주민들의 안전과 복지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저질러진 것이어서 그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장기수선계획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긴 했고 개인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 점, 상당액이 아파트 내외부의 수리나 수선을 위해 사용된 점 등을 종합해 각 징역 6월을 선고하되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형 집행을 유예했다. 
한편 이 같은 판결에 A씨는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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