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228>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결재(決裁 Approval)는 결정할 권한이 있는 상관이 부하가 제출한 안건을 검토해 허가하거나 승인하는 품의제(稟議制) 아래서 담당직원이 문서를 작성해 결정권을 가진 상관의 승인을 얻는 보텀 업(bottom up)의 의사결정 형태입니다. 하급자와 상급자가 함께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최종 결정 전에 관련 부서의 심사와 조정을 거치게 되므로 집행자는 결정자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어 방침을 통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여러 단계를 거쳐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비능률과 서로 책임을 전가하거나 이른바 레드 테이프(red tape)의 폐단을 낳을 우려도 있는 등 개선할 여지도 있습니다. 과연 관리업무에 있어서도 결재 제도가 있을까요?

1. 결재는 단계별로 결정권을 갖는다
결재라는 개념이 성립하려면 결재 단계별로 결정권을 가져야 합니다. 결재는 하의상달의 구조로 기안자의 의견에 이견이 있으면 차상급자가 수정하고, 그 위의 상급자가 재수정할 수 있으며, 최종 결정권자가 수정 또는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수정내용과 의견을 모두 남겨 둬 책임소재를 가리고 직무능력 평가의 자료로도 삼는 제도인데, 단지에서는 작성문서의 오타가 있으면 다시 출력하고 지적을 받으면 수정이 아니라 다시 작성합니다. 그런데 이 결재는 의결의 집행이므로 담당, 과장, 관리사무소장까지 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에게 받는 결재는 결재가 아니라 ‘의결의 확인’으로서 어떤 단지에서 새로 선출된 이사와 입대의 회장에게 업무 집행을 위해 기안해 결재를 요구하자 의결대로 집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감사가 지적할 것이니 서명할 수 없다고 했답니다. 결재의 의미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지요.

2. 책임회피를 위해 동대표의 결재를 받아서는 안 된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왜 동대표 임원, 심지어 감사에게까지 결재를 받으려고 할까요? 의결내용이 불명확하거나 집행방법에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의결의 본심을 모르니 신중할 수밖에 없고 문서적 표현은 그 자리에서 수정이 가능한 ‘말’이 아니며, 최소한 5년간 보관하면서 입주민에게도 열람, 복사를 해줘야 하고 관리감사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불안한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 사람이 같이 검토하고 확인했다는 근거를 남겨두고 싶은 것이지요. 그러나 알아야 합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결재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결재의 효력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지 의결·집행·감사만 있을 뿐입니다. 실제 감사하는 과정에서도 동대표나 감사의 결재 여부는 책임경감의 근거로 인정하지 않으니 실행문서의 작성은 신중해야 합니다.

3. 동대표는 의결 후 집행에 대한 확인권만 가진다
입대의는 의결을, 입대의 회장은 회의 진행을, 감사는 집행확인을 합니다. 회장과 감사는 상호 업무에 대한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감사는 의결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재심의 요구권이 있어 신중한 의결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문제는 법정 업무배분이 아니라 누가 더 적극성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어떤 단지의 감사는 모든 업무에 자기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필리버스터는 물론 사사건건 간섭을 하다가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소장의 업무 부당간섭으로 지자체에 조사를 요구했는데 의결과정에서 한 행위는 재심의를 요구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행위였다고 항변하고, 소장의 인사권, 업무간섭은 사전감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억지주장인 견강부회(牽强附會)를 남들이 속을 만큼 잘하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요. 그러나 권한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논어에 그 지위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를 논하지 말라(不在其位 不謀其政)고 했는데 확인권을 결정권으로 확대해 사용하는 사람의 엉뚱한 주장은 잘 가려서 대응해야 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