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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향기 그리워지는 계절, 파주로 떠나는 책 여행

기사승인 [1143호] 2019.10.30  13: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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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혜의 숲

 

책과 사람, 문화와 자연이 만나는 곳

파주에 출판 도시가 생긴 이래 파주는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 됐다. 파주출판도시의 정확한 명칭은 ‘파주출판문화정보국가산업도시’다. 긴 이름 탓에 ‘파주출판도시’나 ‘출판단지’로 더 많이 불린다. 이름처럼 이곳에서는 기획부터 유통까지 출판에 관한 모든 과정이 이뤄진다. ‘책들의 고향’인 셈이다. 1989년 출판 유통 구조의 현대화를 꿈꾸던 출판인들이 모여 조성하기 시작한 도시는 ‘좋은 공간 속에서 좋은 시간, 좋은 글, 좋은 디자인이 나오고, 그것이 곧 바른 책을 펴내는 것으로 연결된다’는 믿음으로 하나씩 지금의 모습을 갖춰나갔다.

 

▲ 지혜의 숲

나무는 책이 되고 책은 지혜가 된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의 작품이 즐비한 출판도시. 각양각색의 건물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다. 게스트하우스, 서점, 헌책방, 다목적 홀과 서점, 갤러리를 갖춘 이곳에 출판도시의 랜드마크 ‘지혜의 숲’이 있다. 지혜의 숲은 ‘책의 숲’이다. 서가를 걷다 보면 책으로 둘러싸인 숲길을 걷는 것만 같다. 아름드리나무처럼 서 있는 커다란 책장은 높이만 8m에 달하는데, 전국에서 기증받은 13만여 권의 책이 빼곡히 꽂혀있어 더욱더 놀랍다. 
지혜의 숲은 책의 기증자를 기준으로 분류해서 비치했다. 1관은 학자, 지식인, 연구소에서 기증한 책으로, 2관은 출판사에서 기증한 책으로, 3관은 유통사와 박물관, 미술관에서 기증한 책으로 채워졌다. 분야에 따라 책을 분류하는 여느 도서관과 달라서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평소 관심 있던 인물이 평생 읽고 연찬한 책을 한눈에 살펴보거나 우리나라 출판의 역사와 각각의 출판사가 추구하는 바가 직관적으로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오롯이 책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 요즘, 누구나 무료로 책을 읽고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지혜의 숲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아이의 손을 잡고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동화책을 골라도 좋고,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만끽하며 조용히 속닥여도 괜찮다. 무엇을 하든 멋스러운 시간이 될 테니까.

 

▲ 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 숲을 거닐며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지하 1층에는 ‘활자의 숲’이 울창하다. 활자의 숲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활자를 보유한 활판인쇄박물관으로, 우리나라의 우수한 활판 인쇄술과 오침제본술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한 출판인쇄인들이 힘을 보태 만든 공간이다. 이곳에는 총 무게 20톤, 2만2,000종, 자판 3,500만자의 활자가 있다. 숙련된 주조공이 50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해야 만들어낼 수 있는 양이다. 활자와 자모(납을 부어 활자의 자면(字面)이 나타나도록 글자를 새긴 판), 주조기는 우리나라의 마지막 활자 제조공장이자 판매점이었던 제일활자에서 옮겨온 것들이다.

▲ 활판인쇄박물관

이외에도 박물관에는 2016년까지 대구의 봉진인쇄소에서 가동되던 활판인쇄기와 재단기, 전국을 뒤져 모은 접지기와 무선제본기,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인쇄 장비들이 전시돼있다. 소정의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활자에 둘러싸인 전시공간이 나타난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활자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KBS의 3·1운동 10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드라마 ‘그날이 오면’ 촬영 세트장도 있다. 1919년 3·1운동에 사용된 독립선언서 3만5,000장 전량을 비밀리에 찍어낸 뒤 일제에 의해 불태워진 보성사가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돼 있는데,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해여서 더욱더 깊은 의미가 느껴진다.

▲ 활판인쇄박물관

 

▲ 미메시스 아트뮤지엄

책과 예술, 문화가 있는 곳

활자의 숲을 나와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으로 향했다. 출판도시 곳곳에는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크고 작은 갤러리와 박물관, 서점과 북카페가 있는데, 이곳 또한 출판사 ‘열린책들’이 운영하는 미술관 겸 북앤아트숍이다. 우아한 곡선으로 만들어진 백색 건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볼거리다. ‘건축의 시인’이라 불리는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루 시자(Alvaro Siza)의 작품으로, 인공조명 대신 자연광을 최대한 이용하도록 설계해서 날씨와 시간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를 달리하는 게 특징이다. 총 3층짜리 공간 중 2층과 3층은 전시실, 1층은 카페와 북앤아트숍으로 사용된다. 푸른 잔디가 깔린 야외테라스를 갖춘 1층의 카페에는 열린책들이 발간한 책이 열람용으로 비치돼있다. 취향껏 책 하나를 고른 뒤, 테라스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며 천천히 책을 읽다 보면 느리지만 깊은 책 향기가 느껴진다. 북(Book)보다는 카페(Cafe)에 방점이 찍혀있는 여느 북카페와 달리 ‘책의 공간’에 커피가 슬쩍 스며든 것만 같다.


이채영 여행객원기자 (여행비밀노트 chaey.net)

이채영 kslee@hapt.co.kr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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