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238>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배려(配慮 Consideration)는 배우자를 걱정하는 것처럼 남을 보살피고 마음을 쓴다는 것으로, 선물을 해주면 반찬이 달라질 것이라는 원초적인 것이 아닙니다. 맹자는 사단설(四端說)에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惻隱之心)이 없으면 어질지 못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羞惡之心)이 없으면 올바르지 못하며, 사양하는 마음(辭讓之心)이 없으면 예의가 없는 사람이고,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是非之心)이 없으면 지혜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배려는 애틋한 마음으로 짝을 존중하고 염려하는 마음을 쓰는 것이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1. 배려는 보답을 바라지 말아야 한다
무엇인가 해주지 않으면 불안하고 두려워 켕기는 마음으로 보살피지 않고 대가를 기대 하지 않아야 진정한 배려가 됩니다. 가장 배려해야하는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라 대등한 지위에 있어도 능력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무능한 사람이 더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 사회일수록 그렇고 시험은 통과 못해도 전문성은 뛰어난 사람이 그러하지요. 어떤 관리사무소장이 같이 근무하던 경리에게 주택관리사보 시험공부 편의를 최대한 제공해 경리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소장으로 임명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소장의 형편 때문에 경리에게 돈을 좀 빌려달라고 했는데 경리가 거절하자 “내가 그만큼 배려했음에도 네가 나에게 어떻게 그러느냐’”고 하면서 사이가 나빠지고 결국 불편한 사이가 됐습니다. 처음부터 돈을 빌리려는 목적은 아니지만 배려해줬음에도 빌려주지 않은 것에 배신감을 느끼는, 즉 대가를 기대하는 배려는 그래서 이율배반입니다. 남의 어려움을 이용하는 배려는 배려가 아닙니다.

2. 배려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
진정한 배려는 돈이 아니며, 많은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필요할 때 해주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관심을 갖고 관찰해야 알 수 있습니다. 받는 사람의 자존심이나 형편에 맞지 않게 하면 오히려 불편해 할 수 있으니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진심어린 배려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협한 사람은 같이 살아가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매사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어떤 동대표는 회의 출석수당도 반납하고 회의 후 식사자리에도 가지 않으며, 모든 대표들에게 주는 명절선물까지 받지 않으면서 자기는 깨끗하다며 다른 대표들을 비난하다가 모욕죄로 고발됐고 동대표 직에서도 해임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잘못된 자존심 때문인데 것인데 차라리 그 능력으로 남을 배려했다면 더 칭찬을 받았을 것입니다.

3. 주는 자의 배려와 받은 자의 배려
배려는 양방향이어야 합니다. 가진 사람, 감독하는 사람, 급여를 주는 사람은 어진(仁) 마음으로 배려하고, 고용된 사람, 일을 하는 사람, 급여를 받은사람은 올바름(義)과 예의(禮)와 지혜(智)를 갖고 서로 배려해야 하는데 한쪽은 동정, 한쪽은 구걸로 느끼는 대등하지 않은 배려는 충돌합니다. 과거의 집은 가족들만 살면서 스스로 벽을 다시 바르고 지붕(이엉)을 덧입히며, 타작을 위한 마당질도 해야 하고 아궁이와 구들도 보수해 열기가 잘 전달되며 연기가 빠지도록 연돌도 손을 봐야 집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동주택은 벽을 맞대고, 같은 수도관과 하수관, 난방관을 사용하는 등 훨씬 복잡한 구조로 돼 있으며 서로 다른 개성과 직업을 가진 남들이 모여 사는 곳이니 단순한 시설물의 관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이 다르면 욕구가 충돌합니다. 더구나 장수시대를 맞아 은퇴한 분야별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관리자와 입주민 간에는 보다 섬세하고 상대방을 걱정해주는 전문적인 배려가 필요합니다. 관리가족이 관리를 단순히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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