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택 관리사무소장
서울 강남구 거평프리젠아파트

이는 오복의 하나라고 했던가? 
내가 인상적으로 본 것은 이가 가지런하고 하얘서 얼굴이 한층 돋보인 탤런트였다. 아마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에 나온 배우 같다. 그러나 빛 뒤에는 어둠이 있다고 우울증을 견디지 못했는지 한창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이가 그렇게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 이의 수난사가 만만치 않음에도 있다. 
처음 고교 졸업 후 사고로 앞니 하나를 떨어뜨리고 소위 야매로 저렴하게 사기 재질의 이빨을 양옆 두 개의 이빨 사이에 걸었다.
그게 군대 휴가 나와서 망가진 것이다. 친구가 장충동 족발을 사줘 앞니로 뜯다가 뼈다귀 대신 보철이 휘어 한 동안 앞니 없이 휑하니 바람이 들어오는 채로 보냈다. 물론 취직해 세라믹 재질의 이로 다시 해 넣고 지금까지 이상이 없는 상태인데, 몇 십 년 이상이 없으니 튼튼하게 넣긴 한 모양이다. 그러나 충치와 잇몸 질환 등으로 치과 신세를 안 질 수가 없었다. 
특히 금으로 하는 인레이(이에 봉 박는 금)는 부드럽다고는 하나 접착력이 나빴다. 한 번은 닭갈비를 먹다가 깨진 일도 있었고, 또 뭘 먹다가 이가 덜그렁거려서 뱉으면 여지없이 금인레이가 떨어져 나오곤 했다. 
이제는 잊을만하다 생각했는데 엿을 먹다가 사건이 또 터진 것이다. 흔한 말로 “엿 먹어라”해서 골탕 먹은 것이다. 
연말을 열흘 정도 앞둔 12월 어느 일요일 날씨도 봄을 시샘하듯 겨울답지 않게 포근했는데 등산 회원이 주는 엿에 눈이 어두워서 덥썩 받았다. 한 개는 무사히 먹었는데 2개째 질겅질겅 씹다가 그만 엿의 접착력에 못 이겼는지 이를 때운 금니가 떨어져 또 덜그렁 거린 것이었다. 그래도 삼키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고 지갑에 넣고 산을 내려왔다. 
삼겹살도 거뜬히 씹어 삼키고 술도 마시며 조그만 바늘을 커다란 몽둥이라고 과장도 섞어가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지갑 사이에 넣어둔 돈을 빼다가 그만 그 금니도 빠진 것이다.
그때야 술이 얼큰해 몰랐던 것은 당연했고, 어느 친구가 온다고 해 자리를 옮겨 2차 맥주 집에서 나의 분신인 빠진 이빨을 보여주려고 지갑을 열었는데 비닐에 울퉁불퉁한 흔적만 남긴 채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술기운이 가시며 거꾸로 비디오 틀듯 오기 전의 일을 맹렬히 돌아봤다. 직전 먹었던 가게에서밖에 일이 날 것이 없었다. 전철로 한 정거장을 가서 그 가게를 찾으려니 길조차 기억이 안 나서 전화로 물어물어 갔는데 그 가게 주인은 떨어진 금니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명함을 챙겨 가져온 게 운이 좋았다. 도로변에 있는 음식점이 아니라 양재동 주택가 빌라 사이에 있어서 명함이 없었다면 오도 가도 못하고 포기했을 것이다. 
세월이 하 수상한 오늘날 달러($)와 금으로 비상금을 마련하라는 사람도 있는데 그 금니는 아마도 쓰레받기에 담겨 소각로에 들어가는 신세를 못 면했으리라. 
다행히 주인이 바닥을 쓸지는 않았다고 해서 엉거주춤 엎드린 자세로 바닥을 손으로 쓸어 보니 뭔가 시커먼 것이 잡힌다. 뒤집어보니 영롱한 노랑 색깔의 금니다. 돈도 돈이지만 못 찾았으면 본을 뜨기 위해 이를 그라인더로 가는 고통도 있을 뻔했다. 
그래서 ‘엿 드시라’며 주는 엿은 조심스럽게 먹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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