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목숨과 피의 값은 얼마인가?
용산발 양평 용문(龍門)행 검은 열차에
멧돼지 한 마리 붉은 피의 값을 청구했다
조문(弔問)이 값이라면
기차가 선로에 멈춰 선 한 시간의 조
문은 너무 헐했다
그의 자손들은
덕소(德所) 근방의 산기슭에
통곡(痛哭) 몇 줄기 달빛을 갈랐으리라
이후로 네발짐승의 절규는
검은 망토처럼
저승 문 앞에서 목놓아 울었으리라
빚진 열차가 근방을 지날 때마다
거꾸로 선 달빛을 불러 읍(泣)을 흉내 냈으나
단풍을 말아 쥔 가을은 오래오래
혼절한 목숨 값을 청구하느라 밤을 새웠다
夏林/안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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