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아파트 게시판에 이런 내용의 글이 붙었다.

안녕하세요? OOO동 OO라인에 사는 한 학생입니다. 
저는 아침에 등교할 때 항상 지하주차장을 통해 지하철로 갑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침마다 경비아저씨들께서 통로에 나오셔서 무조건 오가는 사람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하십니다. 그분들보다 한참 어린 저는 거기를 지날 때마다 그런 인사를 받을 처지가 아니기에 몹시 마음이 불편합니다. 항상 죄스러운 마음으로 저도 그분들께 90도로 인사를 드립니다. 
왜 갑자기 그런 일이 생겼죠? 
궁금하던 차에 인터넷에서 우리 아파트 관련된 글을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몇몇 동대표분들이 지속적으로 이에 대해 불평을 했다는군요. 왜 우리 아파트 경비는 출근시간에 입주민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느냐고요. 너무 부끄럽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부끄럽고, 이 문제가 온라인에서 이슈가 될 때까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한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언론에서 듣기만 하던 갑질이 우리 아파트에서도 일어날 줄 정말 몰랐어요. 
이 안건을 지속적으로 제시했다는 동대표분들은 자신의 부모님이 경비가 돼 이런 일을 겪는다면 기분이 어떨지 꼭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여 이게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경비아저씨들이 아침마다 나와서 입주민들에게 인사하는 것은 없앴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존중해야 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랍니다. 

이 학생의 설득력 있는 글은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갑질’이란 권위를 가진 권력자가 위계를 갖고 약자에게 부당한 행위를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 
약자는 ‘갑질’이라 할지라도 권력자에게 당할 불이익이 두려워서 ‘갑질’에 장단을 맞춘다. 
이 학생의 게시물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어나는 ‘갑질’의 아주 작은 단면을 보여준다. 
사실 입주민들이 모르는 갑질은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런 갑질이 공개되지 않은 것은 관리사무소가 암실처럼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관리종사자는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불이익이 두려워 이에 항의도 못하고 참고 따라야 한다. 당연히 입주민들에게 공개하지도 못한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입주민들은 이 학생처럼 관리사무소에서 일어나는 갑질에 반대한다. 
사회적으로 만연해 이슈화되고 있는 갑질을 어떻게 감소시킬 수 있을까?
전국적으로 관리사무소에서만이라도 갑질 퇴치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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