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주택은 국부(國富)를 나타내는 가장 설명력을 지닌 지표다. 국가에 따라서는 국민의 경제적 수준이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속해 있으나 주택부문은 배분적 모순으로 인해 국민의 상당수가 주거불안정 및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선진국 경제수준에 달하지 못한 국가인데도 국민 모두가 주거안정을 누리는 국가가 있다. 주택이 국부라는 의미는 단순히 주택의 총체적인 양적 수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주거의 기본적 수준(최저주거기준)을 넘어 주거권을 보장받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주택자원의 배분적 형평성을 누리면서 ‘인간이 누려야 할 최저주거수준’ 확보가 현대사회가 지향하는 주거정책의 기본방향이 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주거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국민 주거문제는 단순한 현상의 설명이 아닌 보다 구조적인 주거불안정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정책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적하는 우리나라의 주택문제는 주택재고의 부족, 주택의 질적 수준 문제, 소득에 비해 높은 주택가격, 주택가수요 혹은 투기, 도시 빈곤층의 주거불안정 등을 들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주거문제의 구조적인 원인 분석 없이 주거정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중적인 구조적 모순의 악순환이다.
먼저 우리나라 주택문제 중 가장 핵심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주택재고의 부족, 즉 가구수에 비해 주택이 모자란다는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예를 들어 A지역의 주택 공급률은 80%며 가구수에 비해 모자라는 20%의 주택은 10%가 자가 소유용 주택, 나머지 10%는 저소득층의 임대주택을 필요로 한다고 가정해 보자. 
주택공급의 결과가 자가 소유 목적의 분양주택공급만으로 모자라는 부분 20%를 전부 다 차지한다고 했을 때는 심각한 점유 형태적 수급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는 100%의 주택 공급률을 달성한 지역이지만 적어도 10%의 임대주택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임대주택의 부족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 및 주거불안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논의의 목적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주택공급이 진정한 주택수요와 주택소요(housing needs)에 근거하지 않는 ‘무차별적 주택공급 확대’, ‘소득계층 중립적’, ‘점유형태를 고려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주택수요란 주택시장에서 지불의사와 지불능력이 있는 집단에게 적용된다. 그러나 주택소요란 지불능력과 지불의사에 기초한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주거시설과 환경을 필요로 한다는 사회 정책적 의미의 용어다. 즉 주거 빈곤층을 겨냥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A지역의 10% 임대주택도 도시빈민층의 경우는 민간임대주택 임대료 지불능력을 갖지 못한다고 하면 일정비율의 공공임대주택이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공공임대주택은 주택소요의 공간적 분포를 염두에 두고 적실하게 공급·배분됐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날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  해당지역의 주택수요와 소요에 접근하지 못해 소형아파트와 임대주택의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택공급은 확대해야 하나 공급 자체만으로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고 수요와 소요에 부응하는 공급이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분양주택시장에서 소비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 즉 저소득으로 분양주택을 구입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나 민간임대주택마저도 임차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가구)들이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주택 공급 및 배분에 있어 매우 체계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주택의 양적 증가만으로 국민의 주거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 즉 주민의 부담능력과 주택 점유형태 등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주거정책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주거문제의 해결은 정확하고 체계적인 주택문제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오늘날 한국의 주거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정책적 지향점이 달리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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