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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떡

기사승인 [1130호] 2019.07.17  1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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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투고

 

이경모
강원 삼척시 코아루타워아파트 
관리사무소 설비팀 

나는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강원도 삼척시 474가구가 입주해 살아가는 코아루타워아파트 관리사무소 설비팀에서 일하고 있다.
하루는 전화벨이 울려서 받았더니 한 여성이었다. 내용인즉, 반바지를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것을 알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찾았지만 없어서 혹시 관리사무소에 습득물이 들어온 것이 없느냐고 물었다. 나는 없다고 대답한 후 분실한 시간대를 알려주면 CCTV를 통해 한 번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나는 그 여성이 알려준 대로 CCTV를 확인해본 결과, 그 여성이 검은색 반바지를 흘리고 엘리베이터를 내린 것과 그 후 한 아주머니가 반바지를 주워서 가방에 넣어 간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곧바로 전화해서 이런 내용을 알려줬고 습득한 아주머니가 혹여 관리사무소에 습득물을 가져오면 연락을 해주겠다고 전화를 마쳤다. 
주간 근무를 마치고 다음 날 야간근무를 하게 됐는데 주간 근무자가 하는 이야기가 한 아주머니가 낮에 검은색 반바지를 습득했다며 가져왔는데 저녁에라도 누가 찾으러 오면 주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그 반바지가 엘리베이터 분실물임을 확인하고 반바지를 분실한 여성에게 전화해 엘리베이터에서 반바지를 습득한 아주머니가 관리사무소에 가져다 놨으니 가져가라고 전했다.
하루는 출근했더니 주간 근무자가 하는 말이 조금 전 어떤 여성이 반바지를 찾아가면서 나를 주라고 떡을 가져와 냉장고에 넣어뒀다는 것이다. 주간 근무자가 퇴근을 한 후 사무실 냉장고를 열었더니 비닐로 낱개 포장된 떡이 몇 개 들어있었고 나는 그 떡을 꺼내놓고 먼저 반바지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어쩌면 더 고마운 이는 엘리베이터에서 반바지를 주워 관리사무소까지 일부러 방문해 주인을 찾아주라며 전화번호도 동 호수도 남기지 않은 아주머니였다. 얼마 안 되는 값어치의 반바지일지 모르지만 나는 문득 그 반바지에 담긴 양심의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번호라도 남겨뒀다면 전화라도 해서 반바지 주인이 옷도 잘 찾아가고 떡도 가져다줬다고 이야기할 텐데…. 
그날 함께 경비원으로 야간 근무를 하는 동료를 사무실로 불렀다. 
그리고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떡을 함께 나눠 먹었다. 그 떡을 먹으면서 참 맛있는 떡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보면 아주 작은, 그저 그런 흔한 일인지 모르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 이런 때 묻지 않은 정직한 양심이 살아있기에 뉴스와 방송에 비치는 사회가 결코 어둠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빛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심은 힘이다. 내 자신에게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힘을 준다. 더 나아가 그 양심이 있는 가정, 직장, 사회가 힘을 얻게 된다. 작은 것 하나에도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이들이 이 세상과 아파트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힘이 난다.
나 또한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바른 양심으로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야겠다. 
사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아파트 위 밤하늘을 보니 별들이 빛나고 있다. 저 하늘, 별이라도 딸 것 같은 기분 좋은 밤이다.

 

이경모 kslee@hapt.co.kr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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