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100가구 이상이어서 장기수선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하는 단지지만 150가구가 되지 않아 의무관리대상에는 속하지 않은 경기도 평택시의 A아파트.  
A아파트는 관할관청의 2017년 공동주택 기획감사 결과 시정명령을 받았다. 관할관청은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준용해 차순위 업체가 아닌 최저(고)가 또는 적격심사를 적용해 업체를 선정하라고 조치했다. 또 장기수선충당금의 무계획적 사용에 대해 지적하면서 공동주택관리법상 장기수선계획 수립 의무 대상 단지에 해당하므로 장기수선계획서를 수립해 적립 및 사용하도록 했으며, 일반관리비와 장충금의 혼용 사용과 관련해서도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고내용과 실제 공사범위가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시정하도록 했다. 시방서상 현장설명회에서 제시한 공사범위와 협의할 때 제시한 공사범위가 다른 부분 및 실제 공사범위에 대해 입주자에게 명시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하라고 조치한 것이다. 
이 같은 시정명령 결과가 나오자 입주민 B씨는 ▲2015년부터 4년간 입대의 회의록 및 녹취록 ▲공사업체와의 계약서, 공사도면, 시방서, 대금 이체내역, 세금계산서 발행내역 ▲2015년부터 4년간 관리비, 사용료, 장충금 및 잡수입 등의 부과・징수・사용・보관 및 예치현황 및 회계서류(선수관리비 통장, 관리비 통장, 잡수입 통장, 장충금 적금통장, 장충금 예금통장 거래내역 포함)  등의 자료 열람 및 복사를 입대의에 요구했다. 
하지만 입대의가 이를 거절하자 B씨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1심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지난 1월경 기각 결정을 하자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  
입주민 B씨는 항고이유를 통해 “시정명령에 의하면 입대의는 아파트 옥상방수공사 등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하고 관리비와 장충금을 혼용해 사용하는 등 횡령을 의심할 만한 여러 정황이 있어 입대의에 서류 및 도면의 열람・복사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거절했다”며 가처분 인용 결정을 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민사25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입주민 B씨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 “공휴일을 제외한 30일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시간 내에 한해 서류 및 도면의 열람・복사(사진촬영, 녹음 및 컴퓨터 기록의 복사 포함)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이는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먼저 “A아파트 입대의는 관리규약을 제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경기도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관리규약으로 사용하는 데 입주민의 동의를 거치지도 않았으므로 입주민 B씨가 공동주택관리법령 및 관리규약 준칙을 근거로 입대의에 서류 및 도면에 대한 열람・복사를 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공동주택관리법령상 입대의는 입주자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동대표에 의해 구성되는 입주자들의 대표기관으로, 공동주택의 전반적인 관리방법을 결정하고 관리비 집행을 위한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관리방법 제안, 장기수선계획 수립 등을 의결하므로 입주자들로부터 위임받은 사무에 관해서는 입주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민법상 수임인으로서의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민법상 위임인은 수임인에게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바, 아파트 입주자인 B씨는 위임인으로서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입대의 회의록, 회계 장부 및 서류 등을 열람・복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입주자 B씨가 제기하고 있는 의혹은 관할관청의 시정명령에 근거한 것이고, 열람・복사 대상인 서류 및 도면은 시정명령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인 점, 입주자 B씨가 시정명령에서 드러난 의혹에 근거해 입대의에 수차례 관련 자료의 제시 및 의혹 해명을 요구했음에도 입대의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왔던 점 등을 종합하면 B씨는 입대의의 위임인이자 아파트 입주민으로서 서류 및 도면에 대한 열람・복사를 구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자 입대의는 “B씨가 아파트 입주민이 된 시기는 2017년 11월경이므로 그 이전의 서류에 대한 열람・복사를 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입주민의 알 권리나 복지 등의 개선을 위한 선량한 의도가 아니라 입대의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며 “B씨의 가처분 신청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의 아내가 2008년 7월경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을 뿐만 아니라, B씨가 입대의 주장과 같은 목적으로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B씨는 입대의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가처분 결정과 동시에 간접강제를 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B씨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입대의가 가처분 결정에 따른 의무를 위반할 개연성이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간접강제 신청은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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